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1,2차.  /사진=이현주 기자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아파트 1,2차. /사진=이현주 기자
"압구정 재건축 매물이요? 찾는 실수요자들은 정말 많죠. 서울시 발표 이후로 더 많아졌는데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에요. 일대가 전부 재건축되면 집값이 오를 테니 다들 들고 있는거죠."(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단지로만 구성된 압구정동 일대가 재건축된다는 소식 때문이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단지지만 '신고가'도 경신 중이다. 다만 집주인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압구정동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점도 활발한 거래를 막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 전용 208㎡는 지난달 27일 64억원에 손바뀜했다. 종전 최고가 52억7000만원(2021년 1월)보다 11억3000만원 올라 신고가를 기록했다.
압구정 3구역  현대아파트 7차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압구정 3구역 현대아파트 7차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같은 동에 있는 '한양5' 전용 115㎡도 지난달 27일 39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0년 12월 거래된 31억2000만원보다 7억3000만원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미성1차' 전용 153㎡ 역시 지난달 22일 44억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 31억8000만원(2019년 12월)보다 12억2000만원 뛰었다.

압구정동 일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이유는 일대가 재건축을 통해 확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서다. 압구정동 A 공인 중개 대표는 "압구정동이야 원래도 관심이 많았던 지역이지만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을 발표한 이후 문의가 더 늘었다"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온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는 단지"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 소유주 B씨는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최소 10년에 걸린다고들 하지 않느냐. 신통기획이 발표된 이후 기간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좋은데…거래 많지 않아"

그러나 계약이 활발하진 않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이뤄진 거래 건수는 57건으로 집계됐다. △1월 2건 △2월 7건 △3월 15건 △4월4건 △5월 10건 △6월 19건 등이다.

압구정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관심은 많은데 매물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나마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아 실수요자들 관심이 많은 30평대(전용 82㎡) 매물은 씨가 말랐다"고 전했다.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지난 5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인근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신통기획이 발표된 이후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쥐고 내놓지 않고 있다. 호가를 더 높이거나 계약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압구정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점도 걸림돌. 서울시는 지난 4월 압구정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토지·상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집을 사면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해 전세 등을 낀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압구정동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압구정 3구역 시작부터 '삐걱'

압구정 재건축 지구는 미성·현대·한양 아파트들이 1∼6구역으로 분리돼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1구역(미성 1·2차)과 6구역(한양 5·7·8차)을 제외한 현대아파트 중심의 2∼5구역이 현재 시의 신통기획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압구정 3구역은 시작부터 난항이다. 설계회사 선정을 두고 조합과 서울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고 희림종합건축사무소 컨소시엄(희림)을 설계 업체로 선정했다. 희림은 1507표를 얻으면서 경쟁사 해안건축(1069표)을 438표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희림이 제출한 설계안이 문제가 됐다. 희림이 각종 인센티브를 적용해 서울시가 정한 신통기획 상한 용적률인 300%를 웃도는 360%를 제안했기 때문. 서울시는 '희림이 공모 지침을 어겼다'면서 지난 11일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희림을 경찰에 고발했다. 희림은 서울시 입장 등을 고려해 용적률을 300%로 낮춘 안을 제시, 결국 입찰에 성공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희림종합건축사무소에 대해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대 24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희림 관계자는 "공식적 입장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압구정 3구역에 있는 현대아파트 5차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압구정 3구역에 있는 현대아파트 5차 전경. /사진=이현주 기자
서울시는 '압구정 2~5구역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고 본격 정비사업에 돌입했다. 기획안에 따르면 압구정 2~5구역은 77만3000㎡ 규모에 50층 내외, 1만1830가구의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된다. 업계에선 통상 5~10년, 길게는 20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 재건축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집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11%로 전주(0.04%)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 4월 25일 신통기획안 발표 이후로 보면 1.16% 뛰었다.

이현주/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