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의 '공포 비즈니스' 희생물이 되지 마세요"[책마을]
60대 아버지는 '하우스 푸어(가난한 집주인)', 30대 아들은 '영끌 푸어(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매수자)'. 아파트 재테크 잔혹사가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 10년 전엔 베이비붐 세대가 고통을 겪더니 이번에는 자식 세대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힘겨워한다.

신간 <박원갑 박사의 부동산 심리 수업>은 '주식도 아니고 어떻게 아파트값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가'라며 고뇌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위해 쓰였다. 부동산 전문가인 저자는 "지난해 이후 미국발 고금리 충격으로 아파트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가격의 '우상향 맹신'엔 균열이 생겼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깡통주택(전셋값이 매매가를 웃도는 주택)' 문제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진단했다.

책에는 '아파트살이'에서 행복을 찾는 법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아파트에 들어가면 편안한 안식처이지만, 아파트값이 내려갔다는 뉴스를 접하면 불안이 밀려온다. 아파트의 주거 효용성은 매우 뛰어나지만, 수시로 노출되는 가격에 불안을 느껴야 한다. 그는 "우선 가격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두라"고 조언한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는 달리 가격 등락이 심한 상품이다. 가격은 아파트의 가치를 알려주는 신호 기능을 하지만, 때로는 행복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다가온다. 시장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가격을 알아야 하지만, 그 가격에 너무 함몰되지 말라는 얘기다.

행복한 아파트살이를 위해 부동산을 현금흐름(cash-flow)을 만드는 금융상품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그는 "행복은 팔아서 한번 받는 것보다 중간에 여러 번 받는 게 좋다"며 "월세를 받는 사람은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해도 마음이 덜 쓰이는 건 아파트를 바라보는 초점이 가격이 아니라 월세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구와 가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부동산 투자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될 수 있는 만큼 현금흐름으로 자주 보상을 받는 게 현명하다는 설명이다.

아직도 '영끌'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MZ세대를 위한 별도의 장(챕터)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MZ세대에게 '자신의 실수를 탓하는 자책은 한두 번으로 그쳐라' '나보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도 이른바 상투를 잡았다'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니 자신을 그만 괴롭혀라' 등의 위로를 전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기승을 부리는 공포론과 극단론은 경계 대상이다. 그는 "소셜 미디어가 새 정보 전달 매체로 떠오르면서 괴담 수준의 공포론이 득세하고 있다"며 "이건 '공포 비즈니스'와 맞물려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맞지만 공포 비즈니스의 희생물은 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극단론은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단순화의 함정에 빠진다"며 "시장은 오름과 내림을 반복하는 사이클인 만큼 한 방향만 얘기하는 사람은 멀리하라"고 덧붙였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