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 설계 지침을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희림종합건축사무소 컨소시엄이 재건축 사업 설계사로 낙점됐다. 서울시가 앞서 현행 기준을 초과하는 용적률(360%)을 제안한 희림건축을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음에도 조합이 희림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하면서 서울시와 조합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15일 총회를 열어 희림건축 컨소시엄을 설계업체로 선정했다. 희림건축은 투표에서 경쟁사인 해안건축 컨소시엄(1069표)보다 438표 많은 1507표를 받았다.

희림건축은 설계안에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에서 허용한 최대 용적률(300%)을 초과하는 360%로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제시해 논란이 일었다.

고층 설계가 들어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에는 임대 가구를 조성하지 않아 ‘소셜믹스’(거주 형태 혼합)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희림건축 측은 건축법과 주택법상 인센티브를 끌어모으면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시설 개발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쟁사인 해안건축은 최대 용적률 300%에 소셜믹스를 적용한 설계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희림건축 측이 공모 지침을 위반한 설계안을 제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는 희림건축 설계안을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하고 희림건축 등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입찰방해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서울시 공무원을 맞고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관할청인 강남구와 조합에 설계 공모 중단 내용을 담은 시정명령 공문도 발송했지만, 강제성은 없어 조합이 설계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서울시와 조합 간 갈등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희림건축을 고발했지만, 조합이 되려 희림건축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희림건축이 공모 실격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압구정 3구역 조합의 설계사 선정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