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피해로 장비 진입 난항…수작업 중인 수색 대원들
마을 주민들도 팔 걷어붙여…"집에 있을 수 없어"
[르포] 탐침봉으로 찾고 삽으로 퍼내고…예천군 수색 '사투'
"토사가 진흙으로 변해서 이동하기도 힘드네요.

"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가 잇따른 경북 예천군에서 16일 수색 당국이 이틀째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도로 유실 등으로 인해 주요 피해 지역으로 장비를 투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수색 대원들이 수작업을 통해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구조, 수색, 복구 등 작업에는 동원된 인원은 총 2천413명이다.

전국에서 모인 소방 대원과 경찰관, 군 병력, 지자체 직원, 의용소방대원들이 주요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

수색 대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산사태 피해로 인해 예천군 마을 곳곳으로 진입하는 길이 붕괴하거나 토사로 덮였다.

대원 A씨는 "발이 진흙에 푹푹 빠지는 곳이 많다"며 "토사가 비를 먹으면서 진흙으로 변해서 이동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토사가 하천까지 덮치면서 일반 도로랑 구분하기도 쉽지 않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 투입이 어려워지자 수색 대원들은 탐침봉이나 삽 등을 들고 수작업으로 복구에 나서고 있다.

[르포] 탐침봉으로 찾고 삽으로 퍼내고…예천군 수색 '사투'
실종자 수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수색 대원들은 탐침봉을 들고 진흙을 쑤셔가면서 위험한 지형인지, 혹시나 토사 아래 실종자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대원 B씨는 "실종자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한다"며 "산사태가 워낙 심해서 이렇게라도 발견되는 게 어쩌면 운이 좋은 걸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전 효자면 백석리에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 4대가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실종자 2명이 구조되지 않았다.

그러나 작업에 투입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현장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대원 C씨는 "피해 신고가 새벽 시간대 집중됐는데 잠을 자다가 피해를 본 분들이 많으신 거 같다"며 "토사가 주택까지 덮치면서 건물이 떠내려가고 터만 남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 탐침봉으로 찾고 삽으로 퍼내고…예천군 수색 '사투'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벌방리 주민 유모(72)씨는 삽을 들고 집 앞 골목길에 쌓은 진흙을 퍼냈다.

유씨는 "피해 지역이 많다 보니 우리 마을에는 굴삭기 2대만 복구에 투입된 거 같다"며 "무릎 수술을 해서 불편한데도 가만히 집에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칠십 평생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고 산사태가 심하게 난 걸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편 수색 당국은 정밀 수색을 위해 인명 구조견 10마리와 드론 5대를 동원했다.

[르포] 탐침봉으로 찾고 삽으로 퍼내고…예천군 수색 '사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