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美·中 갈등 대응 위해 韓·日 제4 경제블록 만들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미·중 갈등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4의 경제블록’을 제시했다. 일본과 손잡고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은 경제블록을 만들어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자는 것이다.

최 회장은 14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경영인 콘서트’에서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상시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콘서트는 송재용 서울대 교수 사회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 김영훈 대학내일 대표 등이 참석해 기업 경영전략과 최고경영자(CEO) 리더십 등에 관해 토론했다.

최 회장은 “냉전 이후 30여 년 동안 이어진 세계 단일시장이 또다시 쪼개질 위기에 처해 대한민국이 생존을 강요받고 있다”며 “국가라는 개념에 묶여 있으면 한국은 가장 불리한 곳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웃 나라 일본과 우선 파트너가 되면 전체 7조달러 시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후 다른 아시아 시장과 또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제4의 경제블록 속에서는 저성장 같은 고질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풀릴 수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 경제적 강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 체계에 대한 변화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CEO가 한 명일 필요가 없다”며 “SK그룹도 CEO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C 레벨이 한 팀이 돼 경영하는 C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회장을 어떻게 바꾸고 멀티 회장을 어떻게 할지, 장단점이 뭔지 등을 찾아서 변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문화 전문가인 김영훈 대표는 “더 이상 톱다운(하향식) 형식의 혁신은 우리를 지속가능하게 하지 않는다”며 “이해관계자를 기업 목적에 올려놓고 그 실천을 진정으로 하는 것이 한국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 전문가인 박성현 대표는 “기업의 앞날에 대해 AI 중심 패러다임 실체를 마주하면 좋겠다”며 “남들보다 반 발짝 먼저 적응하면 남들보다 비용 절감 등 부가가치를 먼저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장 AI 공부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제주=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