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선택,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영화 '러브 라이프'
연애 프로그램을 보거나 친한 친구의 연애 상담을 해주다가 가슴이 꽉 막힌 듯 갑갑해졌던 경험, 대부분 있을 것이다.

육두문자가 아깝지 않은 전 애인에게 목을 매고 누가 봐도 괜찮은 이성은 제 발로 걷어차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이런 이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을 후카다 코우지 감독의 영화 '러브 라이프'를 보면서도 느낄 것 같다.

주인공은 아들 케이타를 홀로 키우다 얼마 전 새 가정을 꾸린 서른 네살의 여자 타에코(기무라 후미노 분)다.

그는 젊고 잘생긴 데다 안정적인 직업까지 가진 지로(나가야마 겐토)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그의 전 남편 신지(수나다 아톰)는 케이타가 태어나자마자 집을 나가 소식을 끊었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의 타에코가 6년간 싱글맘으로 살아갔을 세월이 어떠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타에코는 지로와 함께 케이타를 키우며 오손도손 살아간다.

그러나 이제 행복할 일만 남은 이 가정에 불행이 틈입한다.

케이타가 욕조에 빠지는 바람에 갑작스레 숨을 거둔 것이다.

그녀의 선택,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영화 '러브 라이프'
벼락같은 아들의 죽음을 애도할 새도 없이 가족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장례식장에 찾아든다.

타에코와 케이타를 버리고 간 전 남편 신지다.

그는 관에 누워 있는 케이타를 보곤 성큼성큼 타에코에게 달려가 따귀를 크게 날린다.

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느냐는 원망이 가득 실렸다.

타에코의 입에서 "무책임하게 나와 아들을 버려놓고 무슨 권리로 나를 때리느냐"는 말이 나와야 할 타이밍이지만, 그는 말없이 울기만 한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이다음부터 벌어진다.

공원에서 노숙하며 살아가는 신지를 타에코가 돕기 시작한다.

한국인 청각장애인인 그를 대신해 구청에 생활 보장 신청을 해주고 일자리도 찾아준다.

심지어 시부모가 살던 빈집을 내어주기까지 한다.

현 남편인 지로의 만류에도 "저 사람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며 홀홀히 떠나버린다.

너무 큰 비극을 당하는 바람에 타에코가 잠시 정신이 나간 걸까 아니면 신지를 깊이 사랑해왔던 걸까.

지로와 신지 두 사람을 놓고 외모, 직업, 재산, 나이 등의 조건을 따지는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타에코의 선택은 불가해한 영역이다.

감독은 아마도 사랑이란 편견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알쏭달쏭한 감정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듯하다.

그녀의 선택,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영화 '러브 라이프'
후카다 감독이 일본 가수 야노 아키코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만는 이 영화는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평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타에코의 사랑 혹은 동정, 아니면 미련이 관객의 마음까지도 울릴 수 있을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타에코의 마음과 발자취를 열심히 쫓아간다 하더라도 쉽사리 공감을 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2019)가 떠오른다는 점도 한계다.

지나간 사랑 때문에 충동적으로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버린다는 스토리는 물론이고, 일부 장면 역시 '아사코'와 겹치는 면이 있다.

한국 관객이 불편해할 만한 요소도 군데군데 보인다.

7월 19일 개봉. 123분. 12세 관람가.

그녀의 선택,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영화 '러브 라이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