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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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엘리나 스비톨리나(76위.우크라이나)가 11일(현지시간)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꺾는 대이변을 만들어낸 뒤 이같이 밝혔다.

스비톨리나는 이날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대회 여자단식 8강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시비옹테크를 2-1(7-5 6-7<5-7> 6-2)로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스비톨리나는 지난해 10월 딸을 출산한 2년차 엄마 선수다. 앞서 2019년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잇따라 4강까지 오른바 있다. 하지만 출산 공백기 동안 랭킹이 많이 떨어져 이번 대회에는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윔블던에서 와일드카드로 여자단식 4강에 오른 선수는 스비톨리나가 세번째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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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스비톨리나는 전쟁의 참화에 빠진 조국의 상황이 커다란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어려운 상황을 더는 재앙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인생에는 더 나쁜 일도 있다. 더 침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어린이들을 위해 더 힘을 낸다고도 말했다. 스비톨리나는 "어린이들이 휴대전화로 경기를 보는 장면을 담은 영상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봤다. 이런 영상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녹아내린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스비톨리나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과는 경기 뒤 악수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번 대회에서도 빅토리야 아자란카(20위·벨라루스)와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상대를 외면했다.

4강에서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42위.체코)와 맞붙는다. 결승에 오르면 러시아 선수인 아리나 사발렌카(2위)와 격돌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진표 반대편의 또 다른 강자인 '디펜딩 챔피언' 엘리나 리바키나(3위)는 카자흐스탄 국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출생지는 러시아다.

남자 단식에서는 8번째 윔블던 단식 우승에 도전하는 노바크 조코비치(2위)가 안드레이 루블료프(7위·러시아)를 3-1(4-6 6-1 6-4 6-3)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안착했다. 조코비치는 로만 사피울린(92위·러시아)을 3-1(6-4 3-6 6-2 6-2)로 물리치고 올라온 얀니크 신네르(8위·이탈리아)와 준결승에서 대결한다.

조코비치는 신네르를 상대로 2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이날 승리로 조코비치는 윔블던 33연승을 질주했다.

그는 2017년 대회 8강에서 탈락한 뒤로는 한 번도 윔블던에서 지지 않고 대회 4연패를 이뤄냈다. 이번 대회에서 5연패이자 통산
8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