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영어를 할 줄 모르면 미국 시민이 되기 쉽지 않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치르는 시험이 내년 개정되면서 더 어려워질 전망이어서다. 미국 내부에서는 난민과 고령의 이민자 등이 시민권을 따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시민이민국(USCIS)이 개정할 시민권 시험에서 영어 말하기 영역이 어려워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USCIS는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시민권 시험을 업데이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입 시기는 내년 말로 예측했다.

새 버전의 시험에서는 신청자들의 영어 말하기 능력이 더 엄격하게 평가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험관이 일상 활동과 날씨, 음식 등 일상적인 사진을 보여주면 신청자가 사진에 대해 묘사해야 한다. 기존 버전인 현재는 이미 귀화 신청 서류에 답한 내용들을 미 이민국 직원과 대화할 때 영어로 말하면 돼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다.

미국 역사와 정부에 대한 지식을 묻는 영역도 더 어려워진다. 현재는 시험관이 구두로 문제를 말해주면 응시자는 한 가지 답을 말하면 된다. 예로 시험관이 “1900년대 미국이 겪은 전쟁을 말하라”는 문제를 내면 응시자는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 등 정답들 중 하나를 말하면 된다.

그러나 변경되는 시험에서는 신청자가 영어로 써진 질문을 읽고 여러 선택지 중에서 답을 선택해야 한다. 1900년대 미국이 겪은 전쟁을 5개 전부 알고 있어야 무엇이 맞고 틀린지 알 수 있다.

시험이 더 어려워지는 만큼 영어 문해력과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앞으로 시민권을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양한 이유로 미국 시민권을 원하는 사람들 중 조국에서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수 있어서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커뮤니티 칼리지 평생대학에서 시민권 코디네이터를 하는 메첼 페로트는 “난민 학생들은 학교를 갈 기회조차 없었을 수 있다”며 “모국어로 읽고 쓰는 방법을 모르면 (영어를) 배우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 시절 시민권 시험을 더 길고 어렵게 만들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이후 원상 복구됐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