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희 이화여대 교수 "교육·의료·돌봄에 최우선적 공공성 둬야"
체념과 혐오의 서사…신간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
노벨상 수상 작가 토니 모리슨의 첫 장편소설 '가장 푸른 눈'의 주인공 피콜라는 삼중의 차별을 받는다.

피콜라는 흑인이고, 여성이며, 어린이다.

이렇게 차별이 중첩될 때, 개인이 받는 고통은 심각해진다.

인종 차별이 만연한 미국만큼은 아니어도 한국 내 차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간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글항아리)에서 한국 내 차별은 대부분 사회적 소수자, 더 정확히는 '능력' 없는 자에 대한 "경멸과 폄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점점 부자와 빈자 두 부류로 갈라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장시간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자, 직장 여성과 그 자녀를 돌보는 나이 든 돌봄 여성, 고임금 여성 근로자와 저임금 여성 근로자로 신분이 나뉜다.

이 같은 위계의 한쪽에서는 체념이, 다른 한쪽에서는 혐오의 감정이 싹트고 있다.

이 중 '체념' 진영에 속한 노동시장의 '이등시민'과 '언더클래스'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존감과 존엄, 자기 발전의 가능성을 크게 제약받으며 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런 약자에 대한 차별의 기저에는 능력주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험에 따라 줄을 세우는 능력주의는 효율적이고 공정하다며 주목받고 있으나 저자는 "극심한 낭비를 초래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한다.

상대에 대한 경멸과 혐오보다 더 큰 화두도 있다.

상대에 대한 '거리두기', 즉 무관심이다.

사회학자 예란 테르보른이 지적한 것처럼, 부자와 빈자는 이제 너무 달라져서 서로를 잘 모른다.

그들은 함께 배우지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둘로 쪼개진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선 차별 구조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입법적 노력과 함께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온 사회 정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는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교육과 의료, 돌봄 등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서비스에 "최우선적 공공성"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