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부산 자갈치 상인들, 소비 위축에 걱정 태산
IAEA 발표에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 자제해야" 한목소리
수산업계 "과도한 우려로 소비 위축…괴담은 인제 그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자 국내 수산업계에는 "이제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4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인근에서 횟집을 하는 김모(54)씨는 IAEA의 종합보고서와 관련된 소식을 접한 뒤 "이제는 오염수 괴담을 멈출 때"라고 말했다.

이날 자갈치시장이 정기 휴무일에 들어가면서 점심시간 반사 효과를 기대했던 주변 횟집들은 수산물 불안심리에 마수걸이도 힘들 정도로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을 마주하자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자갈치 시장과 마주한 '신동아 시장' 1층도 이날 창가 쪽 테이블 몇곳만 손님이 있을 뿐 전반적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자갈치 시장 밖 노점 상인들은 수산물을 사겠다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자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기도 했다.

금봉달 부산 자갈치시장 어패류처리조합 본부장은 "국제기구에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오염수 방류가 괜찮다고 하니 이제 비과학적인 괴담의 유포는 멈춰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것이 바로 자갈치 시장 상인들을 살리고 전국의 수산업계를 살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수산업계 "과도한 우려로 소비 위축…괴담은 인제 그만"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도 줄어든 손님에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이번 IAEA 보고서가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홍어·아귀 등을 판매하는 백모(67)씨는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동의한다는 입장인 만큼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내용에 맞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면서 "상인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니 정부가 국민들한테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차근차근 설명하고 설득했으면 한다"고 했다.

골뱅이·조개 등 패류를 취급하는 송모(69)씨 역시 "정치인들이 시장에 방문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IAEA 보고서에 담긴 과학 정보를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이번 (IAEA) 보고서 공개로 다시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될까 두렵지만 중요한 건 과학이고 정확한 정보 아니겠느냐"며 "이곳 상인 대다수가 '정치인 말고 과학을 믿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수산업계 "과도한 우려로 소비 위축…괴담은 인제 그만"
전국 최대 산지어시장으로 국내 고등어의 80%가 유통되는 부산공동어시장 관계자들도 이제는 과도한 우려를 멈출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박극제 대표는 IAEA 보고서와 관련해 "여러 나라 과학자가 참가한 국제기구에서 괜찮다고 하는데 이런 결과를 부정하면 피해는 우리 어업인과 수산인, 냉동창고, 물류창고 종사자 등 1천만 수산 관계자들에게 돌아올 뿐"이라면서 "방류가 30년간 이어질 예정인데, 괴담을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건 30년간 우리 바다를 포기하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본격 고등어 조업 철을 앞두고 오염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던 대형선망조합 조합도 국제기구의 검증 체제를 믿자고 강조했다.

한창은 대형선망조합 지도 상무는 "2011년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이후 12년 동안 우리 해역에 방사능을 측정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면서 "국제기구가 일본 검증 체계를 신뢰할만하다고 판단한 만큼 막연한 불안감만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대성 경남정치망조합장도 "동해 어민들의 80% 정도는 조업하면서 횟집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데, 오염수 괴담으로 소비가 끊겨 예약 손님 하나 없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국제기구의 검증을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폄훼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만 하려 하지 말고 피해를 보게 되는 어민들의 삶을 보면서 신중하게 발언해 달라"고 촉구했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조합장은 "이제 일본 오염수를 두고 정치싸움을 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라면서 "국가와 정부는 이제 국민들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더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