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7일 아르코예술극장서 현대무용·한국무용 8편 선보여
젊은 안무가의 고민 담긴 무대…'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
클럽에서 들릴 법한 신나는 음악에 춤을 추던 무용수들은 음악이 끝나자 자리에 얼어붙는다.

정적이 찾아오자 무용수들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버둥대고 무대가 떠나갈 듯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젊은 안무가들의 신작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제26회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이 오는 15∼2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등지에서 열린다.

춤 전문잡지 댄스포럼이 주최하는 '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은 1998년 창설된 이래로 160여 명의 안무가를 배출했다.

이번 행사에는 안무가 8명이 참여해 각각 4편의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선보인다.

젊은 안무가의 고민 담긴 무대…'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
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배진호의 '갈라(GALA)'를 시연했다.

공연을 끝마친 무용수들이 느끼는 감정과 함께 진정으로 원하는 춤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배 안무가는 "무대를 즐기는 관객과 달리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부끄러움이나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끼곤 한다"며 "무용수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제작한 작품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한 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축제의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는 8개 작품이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무가 각자가 원하는 춤, 행복한 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아요.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춤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는 점도 같다고 생각해요.

"
15∼16일 개막 무대에는 이지민의 '당신은 누구시길래?'와 조혜정의 '갈라테이아'가 오른다.

이지민은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선보이며, 조혜정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소재로 주체적인 여성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26∼27일 열리는 폐막공연은 배진호의 작품과 함께 신원민의 '인간의 확장'으로 구성된다.

신원민은 도구가 되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상상하며 개인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에 관해 묻는다.

젊은 안무가의 고민 담긴 무대…'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
19∼20일에 공연되는 작품은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용흠은 '지금은 미끄러지지만'을 통해 미끄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삶을 묘사한다.

빙상 종목 선수들의 훈련용품을 본떠 공연의 소품을 준비했다는 그는 "스케이팅연구소에도 물어보고 공장도 다니면서 미끄러운 재질을 찾아다녔다.

미끄러지는 동작을 포함해 현대무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움직임이 많으니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루마는 '고립주의자'를 통해 사회문제로 대두된 '은둔 청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벽 뒤로 보이는 무용수들의 실루엣을 통해 단절과 한계를 표현한다.

그는 "소외감은 모든 청년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22∼23일에는 김주빈의 '아무도 모르게'와 박수윤의 '설령 향기롭다 할지라도 나는'이 무대에 오른다.

김주빈은 작품을 준비하는 무용수의 마음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며, 박수윤은 흙 속에서부터 성장하는 꽃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젊은 안무가의 고민 담긴 무대…'크리틱스초이스 댄스페스티벌'
경연에서 각각 우수, 최우수 안무자로 선정되면 이듬해 경연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지난해 우수 안무자로 선정된 이지민은 올해 개막 공연을 맡았다.

2년 전 우수 안무자, 지난해 최우수 안무자로 선정된 배진호는 이번이 세 번째 참가다.

그는 "최다 참여가 3회로 제한돼 이번이 마지막 참가"라며 "젊은 안무가에게 600석 규모의 아르코대극장 무대는 큰 경험이 된다.

경연을 위해 내가 가진 최대치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행사 기간 관객들을 위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오는 16일에는 이루다 무용수에게 춤을 배울 수 있는 '움직임 클래스'가 열리며, 23일에는 심정민 무용평론가가 '명화 속의 춤'을 주제로 강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