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자들, 대출 없이 100억대 중소형 빌딩 찾는다"
“자산가들이 과거엔 보유 현금 100억원에다 대출을 일으켜 200억~300억원대 건물을 샀지만 지금은 금리 부담 때문에 대출을 최대한 줄여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전무(사진)는 29일 “부자의 빌딩 투자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1917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돼 6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다. 김 전무는 삼성전자와 PwC컨설팅을 거쳐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서 리테일본부를 이끌고 있다.

부자의 타깃이 변한 건 고금리와 경기 침체 때문이다. 명동이나 청담동 같은 서울 핵심 지역의 건물 수익률은 2~3% 수준이다. 만약 연 5% 금리로 빌딩 거래 가격의 절반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이자 비용만 2.5%가 나온다. 세금이나 하자보수 등 각종 부대 비용까지 합치면 실질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서울 외곽지역에선 수익률이 5~6%에 달하는 빌딩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트라우마’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자산가가 적지 않다.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곳은 경기 침체 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버티지 못하고 나가 공실이 발생하거나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대출 없이 투자하려는 자산가가 늘다 보니 선택지가 100억원대 중소형 빌딩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핵심지에 신용도 높은 임차인이 들어 있는 건물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안전 투자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 및 주식시장 활황과 코로나19를 거치며 ‘현금 부자’가 더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중소형 건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해 전담 조직인 PCMS팀을 꾸리기도 했다.

김 전무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빌딩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도 소개했다. 10억원 이하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한 분양형 상가가 대표적이다. 김 전무는 “상가 내 위치보다 중요한 게 해당 상권의 성장성”이라며 “아파트 가구 수 대비 상가 비율이 높은 곳이나 상업용지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신도시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상권 전문가인 김 전무는 유망 상권으로 성수와 한남을 꼽았다. 그 이유로 “‘힙’하면서도 럭셔리(명품) 브랜드가 선호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신당동이나 남영동 등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상권이라고 봤다.

이인혁/이유정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