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IT회사 그만두고 세계적인 추리소설가 된 찬호께이 [이 아침의 소설가]
홍콩중문대학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하고 정보기술(IT)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찬호께이(陳浩基)는 문득 일이 싫증났다. 대안도 없이 사표를 냈다. 30대 초반의 일이었다.

1975년 홍콩에서 태어난 찬호께이는 추리소설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셜록 홈즈 전집을 읽고 빠져 들었다. 그후 일본, 유럽, 미국의 추리소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때 자신이 추리소설을 쓴다면 살인자가 누군지 아무도 추측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땐 인터넷에 짧은 탐정소설을 올리곤 했지만 순전히 취미였다.

회사를 그만둔 후 타이완추리작가협회 작품공모전 공고를 봤다. 첫 지원작인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이 2008년 공모전 결선에 올랐고, 이듬해엔 ‘푸른 수염의 밀실’로 1등이 됐다. 그렇게 추리소설 전업작가가 됐다.

2014년 펴낸 두 번째 장편 <13·67>은 그를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로 만들었다. 중국어 추리소설로는 드물게 미국과 유럽에도 번역 돼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책은 홍콩을 배경으로 1967년부터 2013년까지 여섯 개의 사건을 역순으로 펼쳐놓는다. 정교한 추리에 홍콩의 사회상까지 담은 명작으로 꼽힌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등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차기작으로 찬호께이의 2017년 장편 <망내인>을 6부작 OTT 드라마로 만들기로 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망내인>은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자살한 동생의 언니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해커에게 의뢰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