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역사 '가짜 뉴스' 공통점… "듣고 싶은 소식을 날조" [책마을]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값비싼 명품 패딩을 입고 산책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다. 전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들어낸 '가짜 뉴스'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정보 기술은 진짜와 가짜 사이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최근 출간된 <CIA 분석가가 알려주는 가짜 뉴스의 모든 것>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선 가짜 뉴스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오랫동안 군사 정보 분석가로 활약한 신디 L. 오티스다. 그는 "고대 이집트부터 미국 트럼프 정권까지 이어져 온 가짜 뉴스에 특정한 전략과 패턴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3000여년의 역사를 돌아본 책의 분석은 이렇다. 가짜 뉴스는 꽤 오래전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동원돼왔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는 가짜 뉴스를 통해 자기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그는 전투에 승리하지 못했지만, '신의 가호가 함께한 람세스 2세가 단박에 적군을 분쇄했다'는 내용을 적어 놓은 파피루스를 사방에 퍼뜨렸다.

공포와 분노 등은 가짜 뉴스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감정들이었다. 2018년 멕시코에선 실종됐던 어린이들이 장기가 제거된 흔적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다. 소름이 끼치는 내용에 분노한 시민들은 뉴스를 분주히 퍼다 날랐고, 결국 무고한 외지인 두 명이 붙잡혀 처형당했다.

가짜 뉴스는 개인의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는 식으로도 작용해왔다. 흑인, 유대인, 난민, 동성애자 등 특정 계층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은 가짜 뉴스에 노출되기 쉬웠다. 책은 "가짜 뉴스는 보통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으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내용을 말해 줌으로써 우리의 시각을 굳힌다"고 강조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짜 뉴스를 가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을 알게 된다. 기사를 읽고 나서 단지 감만 믿어서는 안 된다.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특정 뉴스를 '가짜'라고 일축해서도 안 된다. 전부 개인의 편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독자에게 "자기 생각이 치우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것"을 조언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