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압구정동 음악 스튜디오 오드포트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연주를 하고있다. 빈체로 제공
28일 서울 압구정동 음악 스튜디오 오드포트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연주를 하고있다. 빈체로 제공
28일 서울 압구정동 음악 스튜디오 '오드포트'에서 오스트리아 태생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2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스튜디오. 양복을 차려입은 백발의 노(老)신사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베토벤 소나타 17번 템페스트 3악장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10분 남짓 이어진 연주는 왜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해석자'란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지를 설명해줬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7)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부흐빈더는 이날부터 7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일곱차례 연주를 통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총 32곡)을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그의 60번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다. 197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이 곡을 연주해온 그는 1980년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했고,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 작품을 최초로 전곡 연주했다. 이처럼 평생을 베토벤 탐구에 매진하고 있는 그가 강조한 건 역설적이게도 '새로움'이었다.

"베토벤은 혁명적이고 인간적인 작곡가에요. 그래선지, 수도 없이 연주했지만, 단 한번도 질린 적이 없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나 우주처럼 한계가 없습니다. 100년도 넘은 옛 음악과 함께 살고있는데,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걸 발견해요. "

28일 서울 압구정동 음악 스튜디오 오드포트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내한 공연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빈체로 제공
28일 서울 압구정동 음악 스튜디오 오드포트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내한 공연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빈체로 제공
28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내한 공연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있다. 빈체로 제공
부흐빈더는 베토벤을 연구하는 수많은 연주자중 한명이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와 함께 사는 이 시대의 베토벤'이란 표현이 더 그럴듯하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악보 판본을 39개나 수집하며 심도깊게 연구했다. 자신이 공부한 베토벤의 악상표현, 템포, 곡의 부제 등 베토벤과 관련한 지식을 취재진 앞에서 술술 읊기도 했다. "베토벤이 방에서 뭘 하는지 24시간 관찰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다.

"베토벤은 극단적인 사람이라 포르테시모(아주 세게) 다음에 피아니시모(아주 여리게)를 즐겨씁니다. 그에게 포르테시모는 고통을 나타내는 음악 용어이기도 해요. 베토벤 작품 중 피아노 소나타는 특히 베토벤의 인생과 동반한 곡입니다. 소나타마다 그의 감정을 대변하는 곡들이 있죠. 그는 자주 사랑에 빠졌고, 유머러스한 사람이었어요. "

그는 '대기만성형 거장'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유명 콩쿠르에 우승하거나 신드롬을 일으킨 스타 연주자는 아니었지만, 수십년간 음악 하나만 파고든 덕분에 전문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도 맺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DG 아티스트'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부흐빈더는 “내 삶은 항상 작게 시작했지만, 크레센도(점점 세게)처럼 점점 세졌다”며 "나의 스승은 무대다. 한국 공연에서 얼마나 많은 걸 새로 배울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