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한강과 남산 주변 건축물 높이를 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내놓는다. 다음달 윤곽이 나올 서울시 경관계획에는 남산 능선 조망점 등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리듬감 있는 스카이라인을 유도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35층 룰’이 사라진 이후 최고 높이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 도심 개발 시장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압구정·성수 '스카이라인 기준' 새로 나온다

남산 능선 규제 사라지나

1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다음달 ‘2040 경관계획’ 용역을 마무리한다. 서울시 경관계획은 도시 경관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거시적인 기본계획이다. 서울시가 경관계획을 새로 짜는 것은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개발업계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재취임한 2021년 이후 아파트에 적용된 최고 35층 높이 제한(35층 룰)이 폐지되고, 서울의 주요 산 주변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온 고도지구 제도도 전면 완화됐기 때문이다. 새로 나올 경관계획이 변화된 도시 상황을 대거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2040 경관계획에는 남산 주변의 불필요한 높이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남산 일부 능선을 가리는 지역이나 산과 멀리 떨어진 지역은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위해 높이를 올려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 정상이 아닌 능선은 조망점으로 가치가 떨어지지만, 현재는 남산 7부 능선 등을 가리지 못하도록 높이를 규제하고 있다”며 “이미 능선을 가리게 지어진 기존 건축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2007년 경관법 제정 후 수립된 서울시 경관계획은 지금까지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보전관리 중심의 계획인 데다 지키지 않을 때 페널티가 약해 구속력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관계획에는 보전뿐만 아니라 ‘형성’(모양)에 관한 내용과 경관계획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각기 다른 8개 위원회에서 경관 사항을 각기 심의하다 보니 정합성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종합적으로 자문을 제공할 기구를 신설할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는 하반기 전문가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 경관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심의 불확실성 줄어든다

업계에선 새 경관계획에 따라 설계 및 심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각종 높이 규제가 사라지긴 했지만, 적정 높이 기준이 없어 개발 불확실성이 크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용산구 한강맨션과 한남재정비촉진지구 등 남산 주변 단지가 대표적이다. 1년 넘게 68층 초고층 재건축으로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했던 용산구 한강맨션은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불가’ 판정을 받았다. 남산 조망을 지나치게 가리는 데다 3종 일반주거지역에 기존(35층) 두 배 수준의 고밀개발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위원들의 판단이다. 조합은 49층이나 59층 설계로 다시 정비계획 수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계속된 설계변경에 따른 시간과 비용 손실이 불가피하다.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이 ‘아파트 최고 층수를 14층에서 21층인 118m로 상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시공사로 선정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가능성이 작아 시공사 계약 해지 등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내 초고층 추진 단지나 도심 오피스 개발에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49층)보다 더 높은 77층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지구도 3구역을 포함해 2·4·5구역이 모두 70층 건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선 한양아파트(56층)와 시범아파트(65층) 등이 초고층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 경관을 형성할 때 지켜야 할 것과 지키지 않을 것을 구분해 스카이라인을 유연하게 하자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원거리 경관만 고려했다면 중경과 근경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