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투쟁 선봉장에서…민생안정 씨 뿌리는 ‘정책 농부’로
언론인 출신 3선의원 출마 3개월 만에 당선
尹캠프시절 1만
오가며 공식유세 92번 보필
정리의 달인’ … 쉬운 단어로 핵심짚어 정책 정리
경남 진주를 지역구로 둔 언론인 출신의 3선 정치인이다. 1988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공공정책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2012년 1월 언론사를 떠나 출마 선언을 한 뒤 3개월 만에 19대 총선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과거 친박(박근혜)계로 분류됐다.

초선 시절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을 맡았다. 재선인 20대 국회에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3선 중진 반열에 오르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유세지원본부장을 맡았다. 2023년 3월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에 임명됐다. 정책위는 당의 정책을 발굴하고 정부 부처와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다.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표, 사무총장과 함께 당 3역 중 하나로 꼽힌다.

박대출을 말해주는 키워드

▶정리의 달인
박대출 정책위의장실에는 한 언론사의 칼럼이 붙어있다. ‘정부는 쉬운 언어로 정책을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칼럼이다. 칼럼 내용처럼 박 의장은 집권 여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으로서 늘 쉬운 언어를 강조한다고 한다. 정책위 관계자는 “박 의장이 회의 때마다 가장 강조하는 말이 ’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는 것’을 덕목으로 여기는 언론인 출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대학생 시절의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박 의장 측 제공
대학생 시절의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박 의장 측 제공
박 의장과 일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를 ‘정리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복잡한 내용이라도 중요한 부분을 뽑아 쉬운 언어로 정리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회의를 하면 당직자들이 보고한 내용을 쭉 듣다가 마지막에 본인이 정리한 것을 읽어주는데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다”며 “핵심이 무엇인지 잘 파악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요한 포인트를 잘 짚다 보니 보고할 때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말문이 막힐 때도 있다”고 전했다.

집권 여당의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본인을 내세우는 편은 아니다. 기자 출신임에도 곧 발표될 정책을 특정 언론에 미리 전하는 소위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 질문에도 말을 아끼는 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인이 튀기보다는 당과 정부 색깔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삭발투쟁 선봉장에서…민생안정 씨 뿌리는 ‘정책 농부’로
▶화끈한 전투력·추진력
박 의장은 추진력과 뚝심이 강한 편이다. 2019년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자 자진 삭발했다. 그는 ”20대 국회는 죽었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스로 삭발하는 사진을 찍어 올렸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중 처음으로 삭발 투쟁에 나선 이가 박 의장이었다. 다음날 삭발한 채로 당당하게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 의장은 “사그라진 민주주의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작은 저항의 표시로 스스로 머리를 깎았다"고 밝혔다. 그해 12월 25일 성탄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참여해 ‘5시간 52분’이라는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9년 '20대 국회는 죽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삭발 사진.
2019년 '20대 국회는 죽었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삭발 사진.
그의 남다른 추진력은 정책위 의장으로 일할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 의장은 하루에 많게는 2~3개의 당정협의회를 직접 이끌고 있다. 국가 재정준칙 마련, 공영방송 정상화, 산업기술 유출 방지, 청년 지원정책 등 여러 정책이 그의 손을 거쳐 추진되고 있다. 매일 오전 7~8시에는 김기현 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등과 비공개전략회의를 연다. 이곳에서 주요 정책의 내용과 추진 방향이 결정된다.

▶오전 6시 헬스장
박 의장의 하루는 매일 오전 6시 국회 의정관에 있는 헬스장에서 시작된다. 남들이 잠을 잘 시간에 숨이 살짝 가쁠 정도의 운동을 마친 뒤 목욕을 하며 하루 일정을 정리한다고 한다. 취미마저 조깅과 걷기다.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해왔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정 소화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의장은 한국경제신문에 “지역구와 국가 정책을 모두 챙겨야 해 소화해야 할 일정이 배는 늘었다”며 “쌓아둔 체력 덕을 톡톡히 보고 있고, 뛰다 보면 복잡한 생각도 정리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대출의 결정적 순간

▶3개월 만에 국회의원 당선
박 의장은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지역구는 고향인 진주을이다. 박 의장은 진주에서 초·중고를 모두 나온 진주 토박이다.

당시 19대 총선이 치러지기 4개월 전만 해도 박 의장의 당선을 예상하는 이는 없었다. 당시 친박계인 재선 최구식 전 의원이 지역구(진주을)에서 3선을 노리고 있었다. 박 의장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장을 마친 뒤 논설위원을 하고 있던 때였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재선 시절인 2019년 12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한경DB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재선 시절인 2019년 12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한경DB
그러다 2011년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사건이 터졌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방해할 목적으로 디도스 사건을 벌였다는 의혹이다. 당시 최 전 의원의 수행비서가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최 전 의원도 12월 검찰에 소환됐다.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최 전 의원은 총선을 3개월 앞둔 2012년 1월 탈당했다. 당시 서울신문 논설위원이던 박 의원은 그 틈을 파고들었고 출마 선언 3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윤석열 캠프 유세본부장
1만㎞. 지난 대선에서 후보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간의 유세 기간에 전국을 이동한 거리다. 서울과 부산을 27차례 오간 거리와 맞먹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전국 94곳을 돌며 유세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는 박 의장이 늘 함께했다. 지난 대선 캠프에서 유세본부장을 맡으면서다.
박대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유세본부장을 맡으며 공식유세 94번 중 92번을 동행하며 보필했다.
박대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유세본부장을 맡으며 공식유세 94번 중 92번을 동행하며 보필했다.
박 의장은 윤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꼼꼼히 관리·지휘했다. 유세차량의 배치를 비롯해 인파 안전관리, 후보 동선 등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박 의장은 윤 대통령의 공식 유세 94번 중 92번을 동행하며 윤 대통령을 보필했다. 윤 대통령이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생가를 방문할 때도 박 의장이 곁을 지켰다. 당초 박 의장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최재형 후보 캠프에서 전략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 측에서 유세본부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본선 직전 합류하게 됐다.

▶정책위 의장 당선
박 의장은 그간 원내대표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지난해 9월에 이어 올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박 의장이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여권에서는 박 의장이 초·재선 의원들과 접촉하며 오랫동안 출마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는 얘기가 돌았다. 경쟁 후보로는 같은 1961년생 동갑내기인 김학용 의원, 윤재옥 원내대표가 거론됐다.

하지만 당시 당내에선 울산 출신인 김기현 대표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PK(부산·경남) 출신인 박 의장이 맡으면 지역 안배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결국 박 의장은 원내대표 선거를 2주 앞두고 고심 끝에 정책위 의장직을 수락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정책위 의장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해 지명하도록 돼 있다.

박 의장의 정책위 의장 수락을 두고 정치권에선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의장은 취임 직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민생 정책의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1호 정책 농부’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대출의 관심사

▶정책 발굴
집권 여당의 정책 사령탑인 만큼 박 의장의 관심은 정책 발굴에 쏠려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으로 드러난 사회안전망 관련 제도 개선, 국가 재정준칙 마련 등에 특히 관심을 쏟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취약계층 대학생학자금 지원 확대 등 민생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대출 의원은 취약계층 대학생학자금 지원 확대 등 민생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의장은 앞서 국가재정 준칙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은 예산안 및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율이 60%를 넘을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 정상화, 노사 법치주의 확립, 산업기술유출 방지 등과 관련해서도 정책 발굴에 힘쓰고 있다. 박 의장은 “공정한 시장경제 환경 조성, 핵심 먹거리산업 보호 등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도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구 현안
지역 현안도 관심 사안이다. 특히 최근 진주를 비롯해 서부 경남 지역의 초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소멸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선 지역 특색에 맞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게 박 의장 생각이다. 박 의장은 지난해 말 지정된 우주산업클러스터(위성특화지구) 사업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그린스타트업타운 등 지역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