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두 달 연속 3000건을 넘어섰다. 통계상으로 거래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거래가 뜸해졌다"며 "실수요자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세 상승에는 '물음표' 부호가 찍혔단 얘기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206건을 기록했다. 직전월인 4월 3189건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3000건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835건으로 1000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해 1월 1416건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이후 △2월 2459건 △3월 2983건으로 계속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이 거래가 일어난 지역은 송파구로 286건을 기록했다. 이어 △강남구 233건, 노원구 230건, 강동구 204건 등이 200건을 넘어섰다. △영등포구 177건 △성북구 173건 △강서구 165건 △마포구 163건 △동대문구 152건 등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통계상으로 3000건이 넘는 거래량이 두 달 연속 이어지자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반대의 분위기다. 특히 거래가 쏠려 있는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는 분위기가 더욱 그렇다.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서울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전경. 사진=뉴스1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연초 이후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매물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요즘은 급매 가격이 두어달 전보다 2억~3억원은 올랐다. 문의는 계속 오고 있긴 한데 가격이 오르다 보니 실수요자들도 주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연초 이후 반년 동안 거래가 바짝 이뤄졌다"면서 "현 상황은 '소강상태' 내지는 '숨 고르기 상태'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매도인은 더 비싸게 팔려고 하고 매수인 더 싸게 사려는 '눈치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거래가 애초에 많지도 않았던 지역에서는 시장 반등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연초 이후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몇 건 있긴 했지만, 시장이 반등했다는 등의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원래 이 일대는 집값이 올라도 가장 나중에, 대신 떨어질 때는 먼저 떨어져 회복도 더딘 편"이라고 전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도 "일대 사시는 주민들도 가끔 집값이 반등했냐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연초보다는 분위기가 나아졌다"면서도 "다만 급매물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현재 분위기만 보면 집값이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지난 2월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게시물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한경DB
지난 2월 1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게시물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진=한경DB
현재 3000건대 거래가 두 달 동안 이어진 것을 두고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도 "거래량이 조금씩은 상승하고 있지만 상승 폭이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며 "대세 상승장이라면 이달 들어 벌써 4000건 이상은 나오는 게 정상이다. 아직은 상승도 하락도 아닌 보합 수준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량은 6000여건 수준인데 두 달 연속 3000건대 거래를 기록했다고 해서 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거래량이 3000건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에너지가 없다는 뜻이다. 가격 반등의 힘이 없다면 조만간 집값이 다시 하락하는 국면에 접어들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여전히 기준선을 밑도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둘째 주(12일) 기준 84.6을 기록 중이다. 연초 64.1에 비하면 큰 폭으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 아래에 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더 많단 뜻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매도하려는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시장이 활황기 때는 지수가 100을 넘어 집주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