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아파트서 30대 친모가 갓 낳은 아기 2명 살해 후 냉장고 유기
2017년 부산·2006년 서울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과 판박이
전문가들 "냉장고 속, 가족에도 노출 적어…'부모 자격' 교육 필요"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수년째 방치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아 살해해 집 냉장고에 수년간 유기…끊이지 않는 '충격' 사건
수사당국에 따르면 영아살해 혐의로 이날 긴급 체포된 30대 A씨는 2018년 11월 아이를 출산한 뒤 곧바로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하고, 바로 1년 뒤인 2019년 11월에 두 번째 아이를 낳아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 후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남편과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다시 출산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남편에게도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아이를 낙태했다고 거짓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 시신 유기 장소로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냉장고를 사용한 것 역시 다른 가족들이 범행 사실을 알 수 없도록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한 영아 살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6월 부산에서는 김모(당시 34세) 씨가 2014년 9월과 2016년 1월 각각 출산한 아이의 시신을 동거남의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김씨는 첫 번째 아이를 병원에서 출산 후 집으로 데려온 뒤 이틀간 방치해 숨지게 했고, 두 번째 아이는 호흡장애가 발생했는데도 간호를 소홀히 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냉장고가 있는 집에는 김씨의 동거남뿐 아니라 동거남의 70대 노모까지 함께 살고 있었지만, 김씨가 냉동실에 시신을 유기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거남이 알게 되면 헤어지자고 할까 봐 출산과 시신 유기 사실을 숨겼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동거남은 숨진 아이들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영아 살해해 집 냉장고에 수년간 유기…끊이지 않는 '충격' 사건
김씨는 영아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에 앞서 2006년 7월에는 서울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당시 37세) 씨가 2002년과 2003년 자신이 낳은 2명을 살해해 자기 집 냉동고에 보관해오다가 적발됐다.

베로니크 씨가 여름휴가를 보내려고 본국에 돌아갔을 때 냉동고에 3∼4년간 보관하고 있던 영아 시신 2구를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었다.

베로니크 씨는 1999년 프랑스 집에서도 영아 1명을 살해한 혐의로 2006년 10월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그는 이후 2년 6개월 만인 2009년 6월 프랑스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영아 시신 유기 장소로 냉장고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집 외부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도 노출이 적은 장소인 점을 꼽았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범행 과정 등은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낳은 아이를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고 시신의 부패를 막을 수 있는 냉장고에 영아를 보관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서 매스컴을 통해 비슷한 범행 방식이 알려졌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아 살해가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사회 시스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영아 살해 범죄는 근본적으로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 상태인 이가 출산하게 되는 데서 비롯된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아기를 잉태하고, 부모가 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자질 등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영아 살해해 집 냉장고에 수년간 유기…끊이지 않는 '충격' 사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