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2025학년도 전면 시행 발표…2학년 때부터 과목 선택
3년간 192학점…개설과목 부실·교우관계 약화 등 부작용 우려도
원하는 과목 골라 교실 이동해 수업…"학점 이수해야 졸업"(종합)
그동안 전면 도입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던 고교학점제에 대해 교육부가 21일 예정대로 '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한다'는 내용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 교실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처럼 학생 모두가 똑같은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적성과 대입 진로 방향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게 함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융합적인 인재 양성을 꾀한다는 것인데, 전면 시행 전까지 불과 1년 반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제도 안착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 적성 따라 과목 선택…일정기준 통과 못하면 미이수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이전처럼 학생들이 교실로 찾아오는 선생님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는 교실로 찾아가게 된다.

또한 학생들이 과목을 들을 때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이수하지 못해 하위권 학생의 경우 수업을 더욱 신경 써서 들어야 한다.

과목별로 보면, 고교생들은 3년간 졸업을 위해 공통 이수 과목 48학점을 포함,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1학년 때까지는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국어 1·2, 공통수학 1·2, 공통영어 1·2, 통합사회 1·2, 통합과학 1·2(이상 8학점), 한국사 1·2(6학점), 과학탐구실험 1·2(2학점) 등 공통과목 48학점을 듣는다.

2학년부터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선택과목(일반·진로·융합)을 골라 들을 수 있다.

일반선택과목은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등 기존 수능에 출제됐던 과목이 포함된다.

진로선택과목은 주제 탐구 독서, 문학과 영상, 영미 문학 읽기 등, 융합선택과목은 수학과 문화, 미디어 영어, 여행지리 등 보다 다채로운 과목으로 구성된다.

다만 이들 선택과목에서 수능 출제 과목이 포함될지는 앞으로 발표될 대입 제도 개편 방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원하는 과목 골라 교실 이동해 수업…"학점 이수해야 졸업"(종합)
학생들은 소속 학교에서 원하는 과목이 개설되지 않았다면 다른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이나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 연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과목에도 이수 기준이 생기는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학업성취율 40%와 과목 출석률 3분의 2 이상을 충족해야 학점을 받을 수 있다.

이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방과 후나 방학 중 보충지도 등을 받게 된다.

보충지도 때 주어진 과제를 해올 경우 별도의 평가 과정 없이 성취도 E를 받고 이수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해오지 않을 경우에는 미이수 처리된다.

졸업 시기 때 168학점을 채우지 못한 학생은 유급되며, 다음 해 학교를 다시 다녀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앉아만 있어도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했던 것이 이제는 공부하고 과목을 이수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하위권 학생들을 챙겨 교육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 선택과목에 남아있던 상대평가 모두 절대평가로
고교학점제는 학생 모두가 똑같은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적성과 대입 진로 방향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게 함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융합적인 인재 양성을 꾀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금도 일반고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자신이 선택한 수업을 들으면 자동으로 이수되고 성적도 일부는 상대평가로, 일부는 절대평가로 받는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주로 1학년 때 듣게 될 공통과목은 상대평가(1∼9등급제 성취평가)를 유지하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섞여 있던 선택과목(일반·진로·융합)은 모두 절대평가(A∼E) 체제로 바뀐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면 학생들의 내신성적 경쟁이 심화하고, 수강생 수가 적은 과목의 경우 소수만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어려움이 있어 교육계에서는 절대평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소규모 학교에서는 1등급(4%)을 산출해내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선택과목에 전면 절대평가가 도입될 경우 불필요한 경쟁 대신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고, 과목 선택 역시 더 자유로워진다.

◇ "현장 준비 제대로 안 돼""교사 확충 방안 나와야"
교원단체들은 아직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한 현장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사노조연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수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4월 고교 교사 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75.3%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수업량 적정화'가 이뤄지지 않다고 답했다.

수업량 적정화는 고교 수업량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170시간 줄이는 것이다.

교사들은 수업량 적정화에 따라 남는 시간에 자율학습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특히 1명의 교사가 담당하는 과목 수가 늘어난 만큼 다수의 시험을 내야 하는 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학생들이 이동 수업을 하면서 같은 반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고교학점제 적용을 받는 현 중학교 2학년이 치를 대입에 대한 청사진이 발표되지 않은 점도 불안한 요소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는 2028 대입개편안 시안을 내놓기로 했다.

채송화 전국중등교사노조 제1부위원장은 "학생들은 대입 정책이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고교학점제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사고 등이 존치되는 상황에서 고교 학점제가 실시되면 고교 서열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고에서는 상대평가로 인해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었는데 절대평가로 전환된다면 이점이 약해진다.

또한 자사고 등 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고교에서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선택과목이 개설되고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일반고에 비해 유리한 점이 더 부각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