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불허 결정 규탄…"욕설·혐오 익명글 500개"

성공회대 학생들이 20일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내에서 '미니 퀴어퍼레이드'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성공회대 학생들로 구성된 인권위원회와 학부 학생회·학회 등 5개 학내단체가 주최했다.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학내 구성원의 연대 발언, 공연 등이 이어진다.

'아우팅 방지 가면 만들기', '퀴어 프렌들리 타투 스티커 붙이기' 등 부스도 마련됐다.

본 행사를 마치고 오후 8시 교내 광장을 행진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에서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정상 개최를 염원한다"며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의 차별 행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울 퀴어퍼레이드는 그동안 매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을지로 일대에서 개최된다.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같은 날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기독교단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광장은 서슴없이 혐오 표현을 내뱉는 기득권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니다.

서울시장은 우리의 광장을 보고 배우길 바란다"며 "성소수자 차별이 사라진 평등한 세상, 아무도 혐오받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진보적 성향으로 손꼽히는 성공회대지만 이날 행사가 열리기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최 측에 따르면 교내 퀴어퍼레이드 개최 소식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성소수자를 향한 욕설과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글 500여개가 올라왔다.

김경문 총장은 행사에 반대하는 재학생 등의 이메일 공세에 "논란이 예상되는 행사는 보류하고 학생 의견을 수렴하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지난달 18일 대학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최보근 성공회대 인권위원장은 "세월호 추모와 관련해 비슷한 행사가 열렸을 때는 학생들이 이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며 "유독 이번 행사만 모든 단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 역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