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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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교육 카르텔’ 척결 의지를 밝혔음에도 현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크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격차가 기울어진 운동장 수준을 넘어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다는 진단이 많아서다. 전문가들이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경감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공교육에 기대 없다”

19일 한국교육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이 학교에 바라는 것이 학습에서 돌봄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조사에서 학교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내용과 방법의 질 개선’(46.0%)이었다. ‘우수 교사 확보’(29.6%)가 두 번째였다.

10년 새 상황이 급변했다. 2021년에는 학교에 바라는 최우선 순위가 ‘학생 상담 및 지도’(28.7%)로 바뀌었다. ‘수업 개선’(25.8%)과 ‘우수교사 확보’(7.4%) 등 학습 관련 기준은 뒤로 밀려났다. 학교의 학습지도에 대한 기대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가 공교육 기관에서 공부 등 인지적 학습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뀐 것은 공교육 경쟁력 약화가 근본적인 이유로 꼽힌다. 그간 정부는 다양한 사교육 방지 대책을 내놨다. 선행학습 금지정책, 과제형 수행평가 금지, 수능(영어, 한국사 등) 절대평가 등 모두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다. 갖은 대책에도 결과는 해마다 치솟는 사교육비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을 강화하기보다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정책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르치지 않고 평가만 하는 학교 전락

공교육은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의 3대 이해당사자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학교에서 학원에서 배운 것을 전제로 수업이나 시험을 진행한다.

이날 일선 학교 현장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의 일부 초등학교는 학기 시작 전 일정 범위를 알려주고, 미리 학원에서 배워올 것을 공지하고 있다. 목동의 한 고교는 해당 과목 선생님이 몸이 아파 한 번도 수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기말고사를 일정대로 치르겠다고 밝혀 학생과 학부모가 황당해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A씨는 “학교에서는 이미 학원에서 배운 내용일 테니 수업을 안 했어도 상관없지 않냐는 반응”이라며 “그동안 영어·수학 학원만 보냈는데 이젠 과학 학원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위 학군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목동 등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은평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를 키우는 B씨는 최근 영어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은 초등 3학년. 당연히 기초부터 가르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학교에선 단어 시험부터 봤다. ‘학교는 가르치지 않고, 평가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사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사 교육 과정부터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고, 과도한 행정업무를 줄여 수업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교원 평가는 무기력한 교사, 문제 있는 교사를 걸러내거나 교사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이혜인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