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어렵네...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영문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한번쯤 들어본 시인 바이런이 등장하는 뮤지컬. 여기에 뱀파이어를 소재로 쓴 첫 소설의 저작권 분쟁이 나오는 이야기라니.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흥미로운 소재와 아름다운 무대, 그리고 조명을 갖춘 뮤지컬이지만 평범한 관객들에겐 조금 어렵게 다가온다.

얼마 전 개막한 이 작품은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과 그의 주치의 존 윌리엄 폴리도리가 등장하는 2인극이다. 설화 속에만 등장하는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최초의 소설 '뱀파이어 테일'(1819)의 작가가 처음엔 바이런 이름으로 발표됐다가 추후 존이 쓴 것으로 밝혀져 번복된 실화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름다운 무대와 조명이다. 무대 바닥을 투명한 거울로 만들었다. 배우들의 동선과 소품, 조명 등이 바닥에 비치는 모습이 마치 극중 주요 대화 소재로 등장하는 '밤의 호수'를 연상케 한다.

존의 다락방을 채우고 있는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허투루 만들지 않은 티가 난다. 통창을 통해 비치는 새벽빛이나 인물의 감정 변화에 따라 변하는 조명도 인상적이다. 특히 극 후반부 밤이 끝나고 아침 햇살이 밝아올 때, 두 캐릭터를 각각 비추는 아침 햇살과 새파란 조명의 대비가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어렵네...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곳곳에 바이런의 시를 인용한 대사도 인상적이다. 바이런의 시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가 이 작품에선 넘버 '그는 아름답게 걷는다'로 재탄생했다. 전체적으로 시적이고 유려한 문장으로 채워진 대사들이 바이런의 시처럼 낭만적이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극의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버겁다는 점이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존과 바이런, 그리고 소설 속 인물인 루스벤과 오브리, 이안테 등의 캐릭터가 뒤엉켜 있다 보니 관객 들이 현실과 가상의 서사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서사의 흐름도 기승전결 방식이 아니라, 존과 바이런이 갈등을 빚는 장면부터 시작하다 보니 배경지식이 없으면 무슨 얘기인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뮤지컬 마니아들이 좋아할만한 뮤지컬의 전형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뮤지컬 주요 관객층인 2030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소재와 형식을 갖췄다. 최석진, 현석준, 홍승안, 황순종, 주민진, 박정원, 손유동 등 이른바 '대학로 대세' 남자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한 점도 그렇다. 하지만 이 뮤지컬을 여러 연령층으로 확장하는데는 이런 점들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공연은 8월 27일까지 서울 혜화동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에서.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