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의 경영권 매각이 표류하고 있다. 의지를 보였던 LG유플러스마저 인수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왓챠 측이 ‘몸값’을 낮추지 않으면 사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굳힌 것이다.

경영난에 설 자리 좁아진 왓챠…LG유플러스도 인수 논의 '원점'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내부적으로 왓챠의 적정 기업 가치를 200억원 미만으로 낮췄다. 그동안 왓챠 측은 기업가치를 700억원대로 주장해왔다. LG유플러스 측이 정한 인수 대금 마지노선이 매각 측 희망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워 보인다.

LG유플러스가 왓챠의 기업가치를 낮게 보는 것은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이 회사의 영업손실은 2020년 155억원에서 2021년 248억원, 지난해 555억원까지 불어났다. 외부감사기관인 신한회계법인은 왓챠에 대해 “계속기업(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아니면 왓챠를 사들이겠다는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 천하’에서 티빙, 웨이브 등 상대적으로 자본력 있는 OTT마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넷플릭스 앱 사용자는 1156만 명으로 2~4위권 업체를 모두 더한 것과 비슷하다. 왓챠는 가입자 기준으로 5위권에 머물고 있다.

다만 ‘마니아층’이 있는 왓챠의 장점을 얕잡아봐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왓챠는 HBO 콘텐츠 등 넷플릭스나 티빙 등 다른 OTT가 제공하지 않는 해외 콘텐츠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2021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감독상 수상작 ‘아네트’ 등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가 인수 가능성을 아예 닫은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당초 ‘구독 서비스’라는 신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OTT 플랫폼 인수를 검토했다. KT가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며 ‘종합 미디어 사업자’로 존재감을 키우는 데 대응하는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KT는 2021년 미디어솔루션 업체 알티미디어를 인수하고, 지난해 자체 OTT ‘시즌’을 CJ ENM ‘티빙’에 흡수합병하며 콘텐츠 신사업을 준비했다.

왓챠에 투자한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적정 기업가치를 놓고 주주들 간에도 이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LG유플러스와 몸값 관련 논의를 거친 뒤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김주완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