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역에는 더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등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가 가능해지고,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나란히 통과시켰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신재생에너지와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통해 수요지 인근에서 일정 규모 이하의 전력을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해안가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주요 전력 소비처인 수도권으로 보내는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운영했다. 발전소와 송전망을 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비용도 컸는데, 분산에너지를 통해 이런 갈등 비용을 줄이자는 게 법안의 취지다.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고리 원전이 자리한 부산은 발전량이 4만6579GWh인데 소비량은 2만1494GWh에 그친다. 반면 서울은 발전량이 4337GWh에 그치지만 소비량은 발전량의 10배가 넘는 4만8789GWh에 달한다.

특별법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원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원전 인근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민의힘 주류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본회의까지 통과하게 됐다.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박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전기 다소비 기업들이 발전소 인근에서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제공받을 수 있고,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기회발전특구를 신설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 접경지역 등이 특구 지정을 신청할 수 있고, 해당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감세 혜택 등이 주어진다.

이날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도 통과됐다.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28일 만이다.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우선 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을 해 주고,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