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록히드마틴' 숙원 현실화…경영 정상화·노조관계 정립

45년 만에 '대우' 간판을 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23일 공식 출항하면서 한화그룹의 숙원인 '한국판 록히드마틴' 탄생이 임박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오션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며 경영 정상화 등 산적한 과제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의 관계 개선 등도 당면 과제로 꼽힌다.

육해공 보폭 넓히는 김동관…닻 올린 한화오션 과제는 산적
◇ '한국판 록히드마틴' 탄생 임박
한화오션이 이날 공식 출범하면서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처음 시도한 지 15년 만에 대우조선을 품에 안게 됐다.

한화는 한화오션 출범을 계기로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춰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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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한화를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만들겠다는 김승연 회장의 숙원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화는 방산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에 따라 그룹 내 계열사 3곳에 분산됐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으로 도약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한화는 방산 사업 통합 외에도 태양광 사업 강화를 위해 한화솔루션 내 비(非)태양광 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왔다.

세계 굴지의 선박용 엔진 생산업체 중 하나인 HSD엔진의 인수 작업까지 마무리되면 김동관 부회장이 중점 추진 중인 한화의 사업 재편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한화는 조만간 HSD엔진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거쳐 3분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미래 먹거리인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김 부회장도 이번 인수를 계기로 한층 더 그룹 내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 경영정상화 등 과제 산적…체질 개선 시급
한화오션의 첫 수장을 맡게 된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출신으로 한화에너지와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이사를 역임한 에너지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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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측은 내정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소·암모니아, 해상풍력 가치사슬(밸류체인) 등 조선과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전문기업으로의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이 2020년부터 ㈜한화 지원부문 사장을 맡아 한화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고 회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해 온 데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단 20년 넘게 산업은행의 그늘에 있었던 한화오션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주요 계열사 대표를 역임한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와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도 이사진에 합류해 한화의 DNA를 투입, 해양·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한화오션의 빠른 체질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고 양사의 결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당장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대우조선은 2021년 1조7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작년에도 1조6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 적자 규모가 3조4천억원에 달한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올해 1분기에도 6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천858.3%까지 치솟았다.

◇ 인력 확보 발등의 불…노조와 관계 정립도 과제
대우조선 핵심 인력 유출 등에 따른 인력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조선업 전반에서 인력난이 심각한 가운데 대우조선에서는 작년 한 해 160명이 넘는 직원이 경쟁 회사로 옮겼다.

특히 실무 업무 주축인 대리·과장급과 특수선 설계 인력의 유출이 문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10년 전 1만3천명에 달했던 대우조선 임직원 수는 작년 말 8천300명으로 5천명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당분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력 확충과 재배치 등의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우조선도 설계, 생산관리, 사업관리, 품질·안전 등 대부분 사업 부문에 걸쳐 신입·경력 직원 공개 채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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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결속력이 강한 노조와의 관계 정립도 한화에는 큰 과제다.

협력업체 종사자를 뺀 대우조선 전체 직원 중 4천800여명이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 소속 노조원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과거 회사 매각 과정에 노조 참여를 보장받지 못했을 때 인수기업의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노조는 이번에 회사 매각을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당사자 참여 보장,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회사·지역 발전 계획 등 4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회사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는 "임시 주총을 통해 모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적절한 시점에 직원들의 처우 개선, 지역과의 상생발전 등을 포함한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조는 한화에 '인수 위로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한화는 대우조선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위로금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와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19일 실무협의체를 열어 목표 달성 시 기준 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