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지심에 똘똘 뭉친 남편 최기훈 역
"콤플렉스인 이마주름, 이번에는 자유자재로 활용"
'종이달' 공정환 "이번에도 악역…신나게 욕먹었죠"
"악역은 어떻게 하면 더 나쁘게 보일지 마음껏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어요.

집에서 대본 생각을 하다 보면 애들이 '아빠 표정이 왜 그래?'하고 물어보기도 하죠."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달' 종영을 기념해 1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공정환은 종영 소감을 묻자 "이번에도 신나게 욕을 먹었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공정환은 "10번 중에서 8번은 악역을 연기했다"는 악역 전문 배우다.

'종이달'에서는 명예와 사회적 성공이 인생의 목표인 유이화(김서형 분)의 남편 최기현 역을 맡았다.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지만, 말투에서 묻어나는 무시와 무관심이 아내를 숨 막히게 한다.

'종이달' 공정환 "이번에도 악역…신나게 욕먹었죠"
"아줌마처럼 안 보이게 꾸며요"라며 직접 고른 드레스를 입히고, 마트에서 재밌었던 일에 대해 말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아내에게 대뜸 카드를 꺼내주며 "돈 좀 달라는 말을 뭐 그렇게 빙빙 돌려서 해요"라고 말문을 막는 식이다.

공정환은 "최기현은 본인의 삐뚤어진 방식대로 아내를 사랑하긴 했다"며 "어릴 적부터 있던 자격지심이 커서 아내를 상대로 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마 주름이 콤플렉스인데, 이번에는 연기하면서 자유자재로 썼다.

주름 때문에 더 못돼 보인다는 반응이 재밌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못난 남편' 최기현을 더 못나 보이게 만들기 위해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를 추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와이프가 감기 걸렸다고 하니까 몸을 뒤로 빼서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방에 들어가서 마스크를 끼고 나오는데, 마스크는 직접 준비한 소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내의 실수를 다그치면서 '스읍!'하는 것도 대본에는 없었는데 더 얄미워 보이도록 추가했다"고 전했다.

'종이달' 공정환 "이번에도 악역…신나게 욕먹었죠"
늘 고분고분하게 출퇴근 시간에 맞춰 밥상을 차리고, 회사 모임 자리가 있으면 본인이 골라준 대로 예쁘게 꾸미고 나오던 아내는 경력단절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에 재취업하면서부터 완전히 바뀌기 시작한다.

성과금을 받았다면서 집안일을 대신할 비싼 가전제품을 턱턱 사기 시작하고,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에 "그렇게는 안 되겠다"고 말대꾸까지 한다.

공정환은 "결국에 기현의 결핍은 이화"라며 "갖고 싶은데 못 가지고, 마음대로 다루고 싶은데 다뤄지지 않는다"면서 "이화는 기현의 이런 결핍과 속마음을 다 알고 있고, 그런 남편을 참 작고 안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1998년 투투 출신 황혜영과 결성한 5인조 락밴드 오락실로 데뷔한 공정환은 배우로 전업한 이후 드라마 '추노'(2010),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 영화 '판도라'(2016), '공조'(2017), '한산: 용의 출현'(2022)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지난해에는 파라마운트+ 오리지널 시리즈 '헤일로'에서 외계 종족 코버넌트의 습격에 맞선 한국계 반란군 리더 하진 역을 맡아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기도 했다.

'종이달' 공정환 "이번에도 악역…신나게 욕먹었죠"
공정환은 "제 장점이자 단점이 일을 한번 시작하면 잘하든 못하든 그냥 꾸준히 하는 것"이라며 "스타가 되고 싶다는 야망은 없고,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70살까지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서 들어오는 배역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다 하고 있어요.

악역 말고 다른 연기도 해보고 싶기는 한데, 같은 악역이라도 조금씩 변주를 주면서 하다 보면 다른 길도 열릴 거라 믿어요.

제 목표는 70살까지 작품 100개를 하는 겁니다.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