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세대공감] 샤넬백으로 플렉스하고 '거지방' 모여 짠테크하고…Z세대의 '줄타기 소비'
‘오마카세 열풍’과 ‘거지방 활동’.

20대 다수가 속한 Z세대와 관련된 두 가지 최신 소비 키워드다. 한편에서는 돈을 모아 ‘명품’을 플렉스하고 ‘오마카세’(셰프가 주는 대로 먹는 고가의 코스) 식사를 즐긴다. 오마카세는 일식 스시에서 나온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한우나 다른 고급 요리로 번졌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일부에서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결혼과 집 사기를 포기한 젊은이들이 당장의 하루하루 쾌락만 즐기게 됐다”고 게으른 분석을 내놓는다. 일부는 “흥청망청 미래 없는 소비에 빠진 젊은이들”이라며 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많은 Z세대는 카카오 오픈 채팅방 ‘거지방’에 들어가 절약에 절약을 거듭하기도 한다. 거지방이란 오픈 채팅으로 만난 사람끼리 서로의 소비 내역을 봐주고, 만약 필요 없는 지출이 많이 보이면 강하게 질타하고 피드백을 주며 상호 간에 절약을 독려하는 일종의 놀이문화이자 ‘짠돌이·짠순이 모임’이다. 이쯤 되면 또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해져 누군가는 펑펑 돈을 쓰고 누군가는 이렇게 처절하게 절약하고 산다”고 그럴싸한 비평을 하게 마련이다. 놀랍게도 오마카세를 즐기고 이를 인증하는 사람과 거지방에서 하루하루의 짠테크 일기를 올리는 사람은 사실 같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 소득 양극화 현상, 불경기 시대 젊은이들의 처절함,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이들의 과시성 소비 등과 같은 기존 분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
[고승연의 세대공감] 샤넬백으로 플렉스하고 '거지방' 모여 짠테크하고…Z세대의 '줄타기 소비'
이런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Z세대가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특성, 즉 ‘부캐’의 활발한 활용과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놀이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거지방과 같은 놀이문화, 절약문화가 유행하는 것은 물론 현재의 물가 상승과 관련이 깊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용돈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는 많은 젊은이가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기 쉽도록 서로의 소비를 질책하는 채팅방에 들어간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비 내역을 올리며 절약을 생활화한다. 하지만 Z세대는 뼛속 깊은 ‘자본주의 키즈’다. 소비의 효용과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플렉스’가 주목적인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자신이 아낀 돈으로 크게 지른 식비(오마카세), 명품 구입을 인증하고 축하와 부러움을 받는다. 이상한 게 아니라 기분 좋은 소비와 그 소비를 위한 절약 사이에서 적절히 줄타기하며 삶을 즐기는 모습일 뿐이라는 얘기다.

기성세대, 특히 기업의 마케터가 할 일은 이들의 소비 패턴과 절약문화를 보며 어떤 부분에서 이들이 지출을 아끼고 어떤 영역에서 어떤 가치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소비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절약방에서 거론될 아이템이라면 할인쿠폰을 통해 ‘록인(lock in)’을 시도하고 인스타용 플렉스 아이템이라면 과감한 가격 책정과 고급화 전략을 시도하는 것이다. “요즘 애들 이상하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갸웃거릴 시간에 바로 그 흥미로운 소비패턴 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이상한 세대의 이상한 소비 패턴이라고 비평하지 말고 ‘흥미로운 소비 행태를 가진 새로운 세대의 소비 생활’로 인식하는 것, Z세대와 함께 살아갈 이 시대 기업 마케터들의 성공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