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외무장관 "외국언론이 내정간섭" 반발
연임 도전하는 에르도안, '낙선운동' 글로벌 매체들과 전쟁
오는 14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튀르키예 정부가 연임에 도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에 비판적인 서방 언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일 튀르키예 매체 '데일리 사바흐'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 4일 서방의 여러 매체가 노골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편집을 하고 유권자들을 향해 그의 낙선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누구도 튀르키예 국민의 의지를 빼앗을 수 없다"며 "서방 언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노력이 없었다면 국제적 식량 위기가 왔을 것이라며 외국 언론이 튀르키예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튀르키예 국민이 선거일에 대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물러나야 민주주의가 살아난다는 취지의 기사를 꾸준히 송고해왔다.

다른 튀르키예 인사들도 서방 언론을 향한 공격에 힘을 보탰다.

파흐레틴 알툰 튀르키예 대통령실 공보국장은 서방 언론이 에르도안 대통령에 반대하는 미사여구를 쓰고 있다며 불편부당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비난했다.

또 베키르 보즈다으 튀르키예 법무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만두는 것을 누가 결정하느냐, 이코노미스트지냐"라고 반문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항상 민주주의를 이뤄냈고 위기에서 국민 의견을 포용했다고 주장했다.

데일리 사바는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라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과 렉스프레스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르푸앙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또다른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라고 빗댔고, 렉스프레스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혼돈의 위험성과 연관지어 표현했다는 것이다.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 본인도 서방 언론에 대한 불만을 거칠게 드러낸 적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2015년 5월 이스탄불의 한 싱크탱크가 주최한 연설에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사설을 향해 "파렴치하다"며 "신문이라면 분수를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튀르키에 집권당의 승리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론을 억압한다고 우려한 NYT 사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올해 대선의 경우 결선 투표가 예상되는 접전 양상인 만큼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방 언론의 보도에 그만큼 민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튀르키예 대선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 등 4명이고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양강 구도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외국에 거주하는 유권자 수백만 명이 9일 대선 투표를 마무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대선 유권자 6천410만명 가운데 재외국민은 340명으로 약 5.3%다.

AFP는 재외국민 투표 마지막 날 오전까지 투표율이 51%를 넘으면서 2018년 총선 때보다 높다고 전했다.

재외국민 유권자는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올해 2월 강진 사태가 대선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남부의 안타키아 등 지진 피해가 컸던 지역은 전반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편이다.

안타키아의 임시 피난처에서 생활하는 바하틴 카르(54) 씨는 물, 전기 공급의 부족과 생활비 급등에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에르도안이 선거에서 이기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임 도전하는 에르도안, '낙선운동' 글로벌 매체들과 전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