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무기 손실 커 구형 전차도 꺼내…서방 제재로 생산도 차질"
"러, '유물급' 옛 소련제 전차 T-55까지 우크라 전선 투입"
장기 소모전으로 흐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심각한 무기 손실을 본 러시아가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옛 소련 시절의 낡은 전차까지 꺼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에 개발한 구형 T-55 전차들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소셜미디어에서 T-55가 열차로 운송되는 장면이 유포된 후 조지아에 본부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추적하는 자원봉사자 단체인 분쟁정보팀(CIT)에 처음 포착됐다.

CIT가 공개한 위성사진에는 러시아군이 극동 연해주 아르세니예프 기지 창고에서 수십 대의 T-55 전차를 꺼내는 모습이 담겼다.

뒤이어 4월 서방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옛 소련제 구식 탱크들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최근 몇 주 동안에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 배치된 T-55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공유했다.

"러, '유물급' 옛 소련제 전차 T-55까지 우크라 전선 투입"
2차 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개발된 구형 T-55는 1948년부터 소련군에 배치돼 당시 주력전차로 사용됐다.

이 전차는 이후 10만 대 이상이 생산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탱크가 됐다.

값이 싸고 사용 및 유지가 쉬워 이집트에서 중국, 수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됐다.

1956년 헝가리, 1968년 체코에서 일어난 반소 봉기를 진압하는 데 투입된 전차도 T-55였다.

이후 아랍-이스라엘 분쟁과 걸프전 등에서 서방 탱크들에 족족 격파되면서 신형 전차들로 대체돼 왔으나 러시아와 일부 국가들에선 여전히 운용되고 있다.

영국 제국전쟁박물관(IWM)의 선임 큐레이터인 역사가 존 딜레이니는 "러시아가 1980년대 자체 T-55를 퇴역시키기 시작할 때까지 2만8천대 이상의 T-55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지금까지 상당수가 폐기되지 않고 창고에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CNN은 우크라이나전에서 심각한 전차 손실을 본 러시아가 창고에 보관돼 있던 낡은 전차들을 꺼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 '유물급' 옛 소련제 전차 T-55까지 우크라 전선 투입"
네덜란드 군사정보 사이트 오릭스(Oryx)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전선에 투입했던 약 3천 대의 전차 가운데 1천900대 이상을 잃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신형 전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전선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서방의 제재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 무기 생산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선임 연구원 로버트 리는 "러시아가 신형 T-90 모델을 포함해 새로운 탱크들을 제작하고 있지만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주 오래된 전차에까지 의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는 "러시아가 T-55 전차 일부를 우선 후방 지역에 배치하고, 장거리 포사격을 하는 데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WM의 딜레이니도 "이같은 목적에서 사용된다면 T-55가 여전히 유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군이 이 전차를 방어 진지에 고정해 두고 적의 반격으로부터 전선을 방어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 '유물급' 옛 소련제 전차 T-55까지 우크라 전선 투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