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회와 임금협상은 불법"…이재용 회장·정현호 부회장에 대화 촉구
'쟁의권 확보' 삼성전자 노조 "파업 실행, 경영진 태도에 달려"(종합)
임금 협상 결렬 후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쟁의권을 확보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파업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측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계약을 체결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단체교섭권은 노조에만 있다는 점과 함께 노사협의회가 회사와 협상을 하더라도 노조의 교섭에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삼성전자의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기구다.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은 직원 투표로 선출된다.

지난달 14일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 4.1%(기본 인상률 2%·성과 인상률 2.1%)에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조의 단체교섭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견문에서 "삼성전자는 노조와 합의하지 않은 최종 교섭안을 발표했다"며 "이번 임금 인상은 초라한 인상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회사와 노사협의회의 임금 협상이 무노조 경영을 위한 불법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노조는 회사의 무노조 경영 포기와 동시에 회사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모든 노조와 함께 연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21일 사측과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쟁의 조정 신청을 받아 삼성전자 노사 양측의 중재를 시도했으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은 파업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파업을 통해 삼성의 악행을 멈출 수 있다면 파업을 강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 부분은 1만명 조합원과 소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아직 대화를 원한다"며 "파업 실행은 삼성 경영진의 태도에 달렸으며, 이재용 회장과 정현호 부회장이 노동조합과 대화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작년에도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당시 임금 협상 결렬 후 갈등 국면에서 경계현 사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로는 처음으로 노조와 만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는 1969년 창사 이후 아직 파업이 발생한 적은 없다.

앞서 노조는 지난 2021년 '사측이 노사협의회에 대한 불법 지원과 운영으로 노조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큰 조직으로, 조합원은 전체 직원(12만1천여명)의 7.4% 수준인 9천명가량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