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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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투자자의 대형주 사랑이 올해도 이어졌다. 부모들이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목돈을 물려주기 위해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대형주 사이에서도 종목 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 주식을 소유한 미성년자 주주는 75만5670명이었다. 1년 전 65만6340명에 비해 10만명 늘었다. 전체 개인 주주 가운데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4.8%에서 5.3%로 늘었다.

이들은 대형주를 위주로 보유하고 있었다. KB증권이 자사의 미성년 고객의 보유 주식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이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우선주,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 현대차 등이 뒤를 이었다. 작년과 순위가 같았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 계좌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 목돈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이유로 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주에 자금이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소년개미가 보유한 상위 5개 종목 중 최근 1년 수익률이 높았던 주식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작년 5월 초부터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35%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주가는 30% 이상 떨어져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두 종목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수익률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전지/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전지/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전망은 밝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이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르면 미국 내 배터리 셀, 전극활물질(배터리 양극재·음극재) 생산 설비를 갖춘 제조사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5% 늘어난 63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적이 크게 개선된 건 세액공제 예상 금액(약 1003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이 8조5000억원 규모의 AMPC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제 한도 등을 규정할 AMPC 세부 지침은 6~8월께 최종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점도 LG에너지솔루션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에 원통형 전지를 공급하고 있어 테슬라의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도 개선되는 구조다. 3월 기준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은 17.3%로 지난해 12월 12.5%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을 2차전지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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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미지근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카카오의 연간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개월 전보다 500억원 감소한 6987억원이었다. 매출액 추정치도 8조3999억원에서 8조1721억원으로 줄었다.

1분기 잠정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711억원으로 컨센서스(1227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투자비용이 증가해 영업익이 줄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며 "인건비 등 고정비용도 늘었고,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규모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1조7403억원이었다.

다만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경영권을 확보한 점은 전문가의 호평을 받았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팬 플랫폼 버블의 매출 대부분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카카오가 글로벌 사업 확장성을 확보한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버블은 에스엠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이다. 버블의 구독자 중 80%는 해외 이용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CIC는 인사, 재무 등 조직운영에 필요한 경영전반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1분기 기준 카카오의 매출에서 포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했다. 네이버, 구글 등과 점유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 후 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