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의 감시망 면세한도 초과 세금 못 피해…"폭언·폭행은 그만"
"신종 마약류, 적발된 마약의 35% 차지…우범 여행자 집중 검사"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제주공항 사람들] (17)10년간 140억 마약 적발 제주세관 "신종 마약 증가세"
제주공항은 '국제공항'(國際空港, international airport)이다.

우리나라 여객(旅客)과 화물만 오가는 국내 공항과 달리 세계 각국의 관광객과 화물이 제주공항을 오간다.

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선 출입국에 필요한 'CIQ' 기관과 관련 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CIQ는 세관(Customs)·출입국관리(Immigration)·검역(Quarantine)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명칭이다.

쉽게 말해 국내공항과 국제공항의 차이는 CIQ의 유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첫 번째 기관인 세관, 우리는 이들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주국제공항에는 제주세관이 있다.

◇ 3중의 감시망…쉽게 피해 갈 수 없다
제주세관은 물품에 관세를 부과해 국가 재정 수입을 확보하는 '세관'의 기본 업무를 담당한다.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많은 여행객과 물품이 드나드는 제주인 만큼 제주세관은 공항세관과 항만세관이라는 2가지 복합적인 기능을 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17)10년간 140억 마약 적발 제주세관 "신종 마약 증가세"
사실상 장소만 다를 뿐 하는 일은 같다.

제주세관 직원들은 제주공항에서 여행자 휴대품과 수출입 물품의 신속하고 친절한 통관을 지원한다.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문제는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려는 사람들 탓에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외여행 후 면세한도를 초과한 명품 가방이나 시계 등을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되는 경우다.

지난해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해외 여행자의 1인당 면세한도는 기존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누구나 해외여행 후 800달러 넘는 고가의 물건을 사고 돌아온다면 그 초과분에 한해 관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세금을 피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새로 산 물건을 마치 오래전부터 소장한 것인 양 위장하거나 여행용 가방에 일반 휴대품처럼 숨겨 들여오곤 한다.

사실상 적발이 쉽지 않지만, 세관 직원들은 3중의 감시망을 통해 일일이 적발해낸다.

우선 해외 여행자를 태운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에 세관 직원들은 그들의 해외신용카드 구매 내역을 통해 면세 범위 초과 여부를 미리 체크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17)10년간 140억 마약 적발 제주세관 "신종 마약 증가세"
비행기가 들어오면 엑스레이(X-ray) 검사로 고가의 명품을 여행용 가방 등에 몰래 숨겨오는지 확인한다.

그 어떤 위장술(?)을 쓰더라도 10년 이상의 베테랑 제주세관 소속 엑스레이 판독 직원들의 눈을 속이기 쉽지 않다.

혹 고가 명품 시계나 가방을 오래된 애장품처럼 손에 차거나 들고나온다 해도 세관 직원들의 눈을 속이긴 쉽지 않다.

사전에 동태를 파악한 선별 직원들이 '레이저 눈빛'으로 밀반입품들을 콕 집어내곤 한다.

단순히 고가 명품이 아니더라도 금괴 등을 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되기도 한다.

현천길 제주세관 통관지원과 통관지원팀장은 "코로나19로 그동안 해외입국자가 크게 줄면서 보통 적발된 면세 초과물품은 술, 담배 등이었다"며 "최근에는 명품가방이나 보석류 등 고가물품 적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관직원들의 애로사항도 덧붙였다.

현 팀장은 "여행자통관과 직원은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16시간씩 강도 높은 근무(1일 근무 후 1일 비번)를 하지만 이보다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건 입국장 휴대품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행객들의 폭언과 폭행"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폭언과 협박 등 공무집행 방해 행위로 인해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며 "면세범위를 초과한 물품에 대한 세금 납부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자진신고 후 여행을 즐겁게 마무리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17)10년간 140억 마약 적발 제주세관 "신종 마약 증가세"
◇ 제주공항 통한 마약 우회 밀반입
제주세관의 또다른 주요 업무 중 하나는 마약·테러물품 등이 제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한국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마약 음료수' 사건이 강남 학원가를 덮치는 등 마약 청정국을 자부하던 한국에서 마약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선 노선이 재개되면서 전국적으로 국제 마약 밀수조직의 마약 밀반입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제주공항을 통한 우회 밀반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지난 2019년만 하더라도 제주국제공항을 통한 마약 밀반입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바 있다.

2019년 6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마초 20㎏을 제주국제공항으로 밀반입하려던 외국인 남성 A씨가 적발됐다.

비닐 포장된 대마초를 여행용 가방에 몰래 숨겨 들여오려다가 세관 검사과정에서 들통났다.

대마초 20㎏은 4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20억원 상당이다.

당시만 해도 제주공항으로 반입된 마약류 사건 중 최대 규모로 2009년 이후 뜸했던 남아공 대마초 밀수가 부산에 이어 제주로까지 확대하고 있어 관계 당국이 바짝 긴장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또다시 마약 밀반입 사건이 터졌다.

[제주공항 사람들] (17)10년간 140억 마약 적발 제주세관 "신종 마약 증가세"
같은 해 12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출발한 항공편을 통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B씨가 메트암페타민(필로폰) 4.35㎏을 들여오려다 제주세관에 걸렸다.

4.35㎏은 시가 약 130억원 상당으로 약 1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B씨는 필로폰을 수십 개의 비닐팩에 나눠 포장한 뒤 오리털 점퍼 속에 넣고 이를 다시 여행용 가방에 넣어 항공기 수화물로 위장했다.

하지만 기탁 수화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색 과정에서 음영의 미세한 차이로 의심 물체를 발견해 이온스캐너 등 최신장비를 활용해 오리털 점퍼 속 필로폰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온스캐너는 1억분의 1g의 마약이나 폭발물 분자도 찾아낼 수 있는 마약 탐지기다.

옷 등에 묻은 마약을 채취한 뒤 자동분석을 통해 성분을 알아낼 수 있어 마약사범을 적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제주세관이 지난 10년간 적발한 마약류는 대마초와 헤로인, 코카인, 필로폰 등 41건에 달하며 시가는 143억4천500만원 상당이다.

주목할 부분은 필로폰 등 전통적 마약류뿐만 아니라 일명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메틸렌 디옥시메탐페타민), '클럽 마약'으로 알려진 케타민, 최면진정제인 졸피뎀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 형태의 신종 마약류 반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씨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 도중 마약을 복용할 당시 언급한 마약도 MDMA 등이다.

제주세관 관계자는 "주로 중국 여행자를 통해 MDMA 등 향정신성의약품 형태의 신종 마약류 반입이 이뤄지고 있으며, 적발된 마약류의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대품 검사를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체크하는 부분이 마약류 불법 차단"이라며 "항공기 도착 전 승객의 여행패턴, 즉 마약 우범국 경유 여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시스템적으로 우범 여행자를 사전에 선별, 집중적으로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17)10년간 140억 마약 적발 제주세관 "신종 마약 증가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