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 촉발해 아미노산 형성…번개보다 더 나은 에너지원



지구 생명체의 출발점이 된 물질이 태양면 폭발 덕에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은 태양이 잦은 폭발로 쏟아낸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해 세포를 형성하는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만들어내 생명체 출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항성 천체물리학자 블라디미르 아이라페티안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태양의 에너지 입자가 아미노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 결과를 3일 과학 저널 '라이프'(Life)에 발표했다.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찾는 노력은 단백질의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 형성 과정을 규명하는데 맞춰져 있다.

찰스 다윈이 1871년에 처음 제시한 '따뜻한 작은 연못'(warm little pond) 가설 이후 번개나 열, 기타 에너지원이 각종 화학물질 간 반응을 일으키며 유기 분자를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이런 가설은 1953년 시카고대학의 스탠리 밀러 박사가 밀폐된 실험실에 초기 지구의 대기에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 메탄(CH₄)과 암모니아(NH₃), 물, 수소 분자 등을 넣고 번개와 똑같은 효과를 내는 전기 스파크를 반복적으로 일으킨 결과, 일주일 뒤 20종의 아미노산을 발견하는 실험을 통해 더욱 힘을 받았다.

하지만 초기 지구의 대기에 메탄과 암모니아가 이전에 추정하던 것만큼 많지 않고 대신 이산화탄소(CO₂)와 질소 분자로 채워져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구 생명체 물질, 태양면 폭발하며 뿜어낸 입자가 촉발"
이들 가스도 아미노산을 형성할 수는 있지만 화학적으로 분해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생명체 출현 과정을 설명하려면 번개 이상의 또 다른 에너지원을 찾아야 했다.

운석 충돌이나 태양의 자외선 복사설도 그 연장선에서 제기된 것이며, 연구팀은 태양의 에너지 입자에서 답을 찾았다.

이번 연구는 아이라페티안 박사가 지난 2016년 지구가 형성되고 1억년이 될 때까지 태양이 지금보다 30%가량 덜 밝았지만 현재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강력한 태양면 폭발인 '슈퍼플레어'(superflares)가 3∼10일에 한 번꼴로 발생하며 훨씬 더 잦았다는 연구 결과를 낸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런 슈퍼플레어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고에너지 입자를 방출해 지구 대기와 충돌하며 화학반응을 촉발했다는 것인데, 생명체 발생 이전 화학을 30년간 연구해온 일본 요코하마국립대학 화학과 교수 고바야시 겐세이 박사가 이를 보고 연락해 공동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팀은 밀러 박사 실험과 마찬가지로 CO₂과 질소, 물, 메탄 등을 섞어 지구 초기의 대기와 같은 조건을 만든 뒤 태양 입자를 모방한 양성자와 번개와 같은 스파크를 일으켜 아미노산 등의 생성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양성자를 쏠 때는 메탄 비중이 0.5%만 넘어도 아미노산과 카복실산 생성이 포착됐으나 전기 스파크 때는 메탄 농도가 15%는 돼야 아미노산이 만들어지고 그 양도 양성자 때의 100만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미노산 전구체인 카복실산도 전기 스파크보다는 양성자가 더 많이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태양 입자가 번개보다 더 효율적인 아미노산 형성 에너지원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구나 태양이 지금보다 30% 덜 밝은 초기 상황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상승해 구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번개의 빈도도 그만큼 더 낮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