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교부세는 원전 소재지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오랜 숙원사업입니다. 당 대표로서는 조심스럽지만, 지역 국회의원으로서는 관련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합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토론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한 말이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박성민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소속 의원 30여 명이 총출동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여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 입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원전 반경 30㎞ 내 지역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관련 지자체의 방재계획 수립 및 훈련 실시에 필요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원전이 있는 울진 경주 영광 등은 연간 수백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지만 계획구역에 포함되는 인근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헐어 관련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여기에는 김기현 대표, 박성민 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여당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에 박 부총장은 지난해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하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교부세율 비중을 내국세 총액의 19.24%에서 19.30%로 상향 조정해 늘어난 지방교부세를 원자력안전교부세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은 지난달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지방교부세는 전국 243개 지자체에 모두 지원하는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정 지자체를 지원하기 위해 교부세를 증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