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리스트 의료인공지능(GMAI)이 새로운 의료 AI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세계적 미래의학연구소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와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토론토대, 예일대 등의 AI 석학들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런 내용을 담은 논평을 공개했다(https://doi.org/10.1038/s41586-023-05881-4).

이들은 해당 논평을 통해 의료 AI가 한두개 특정한 질환군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차세대 GMAI로 전환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AI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면 의사는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美 석학들 "GMAI 시대가 온다"

에릭 토폴 스크립스연구소장 등이 GMAI를 새로운 의료 AI 모델로 소개한 것은 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서다. 이전에도 의료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특정 분야에 한정해 작동하는 AI가 대부분이었다.

기존 AI는 흉부 엑스레이를 확인한 뒤 해당 환자가 폐렴인지 아닌지 등을 판단하거나 유방 촬영영상 등에서 유방암 위험 부위를 표시해준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받은 의료 AI는 500건이 넘는다. 이들 상당수가 이처럼 한두개 질환군의 판독을 보조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특정 질환에 초점을 맞춘 기존 의료 AI는 판독 질환군을 확대하기 위해선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 흉부 엑스레이에서 특정 질환 유무를 표시해주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보고서 등을 쓰지는 못한다는 것도 한계다.
챗GPT 등 초거대 AI 시대…"의료분야 GMAI가 새 패러다임 될 것"
하지만 초거대 AI 기술 등을 활용한 챗GPT가 등장하면서 의료AI도 바뀌고 있다. GMAI는 영상 이미지, 전자의료기록(EHR), 유전체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 의사처럼 자기공명영상(MRI), 엑스레이, 혈액검사 등을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여기에 의사 판독문, 유전자 분석 결과 등을 통합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GMAI는 활용 영역을 넓히기 위해 기존 의료 AI처럼 추가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광범위한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새로운 임무를 설명하는 정도로도 AI 활용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AI를 학습시킬 때는 짜여진 틀의 데이터만 입력해야 한다. 반면 GMAI는 다양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입력할 수 있다. GMAI는 기존 의료 AI와 달리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의학 지식을 활용해 결과를 추론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특정 질환 넘어 모든 의심 질환 확인 가능

챗GPT 등 초거대 AI 시대…"의료분야 GMAI가 새 패러다임 될 것"
뇌 MRI를 분석해 뇌종양 여부를 판단하도록 돕는 AI 모델의 예를 들어보자. 기존 AI는 환자 이미지에서 뇌종양 여부와 부위를 알려주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GMAI는 병변을 살펴본 뒤 뇌종양인지, 물혹인지, 감염성 병변인지까지 판단해 의료진에게 알려주고 치료 옵션까지 설명할 수 있다.

임상 현장에서 훨씬 더 많은 다양한 업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예시로 든 GMAI 중 하나는 영상의학과 의사를 돕는 판독문 작성 서비스다. 국내에선 카카오브레인이 초거대AI를 활용해 이런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중이다.

GMAI는 외과 수술실에서 의사를 돕는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AI가 실시간 수술 영상을 분석하다가 의료진이 수술 중 특정한 절차를 건너뛰었을 때 경고하거나 해부학적으로 특이한 구조 등을 발견했을 때 기존에 보고된 논문 등을 읽어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시경 같은 시술 가이드로도 GMAI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장 내시경 등을 하다가 해부학적 이상 부위를 의료진이 발견해 질문하면 GMAI가 혈관 기형 등을 알려주는 형태다.

GMAI가 입원 환자의 다양한 바이탈 징후 등을 체크해 의료진에게 위험 경고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EHR을 분석하고 의사와 환자 간 대화 등을 모니터링 하면서 의무기록 등 의사가 작성해야 하는 각종 보고서의 초안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환자 상담용 챗봇, 3차원(3D) 단백질 구조분석 도구 등도 마찬가지다. GMAI의 활용 범위는 현 의료시스템에서 상상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다양한 역할을 토대로 임상 의사의 업무 노동강도를 줄이고 진료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보탬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AI 전문가와 의사 간 논의 서둘러야"

이런 GMAI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선 몇가지 과제를 넘어야 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GMAI가 광범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게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기존 AI는 특정 질환의 위험도 등을 평가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할 때도 해당 질환에 대한 기능만 파악하면 된다. 뇌 MRI를 분석해 종양 의심부위를 평가하는 AI라면 이 기능만 잘하는지 검증하면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다.

하지만 GMAI는 모든 오류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확도를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검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평가했다. 더욱이 기존 AI는 영상의학과나 병리과 등 단일한 진료과에서 검증할 수 있다. 반면 GMAI는 복합적인 해답을 내놓기 때문에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인 다학제 검증 도구가 필요하다.

AI 학습용 데이터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 각종 신종 질환 등을 GMAI가 잘못 판단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다. 코로나19라면 새로운 변이와 해당 변이에 감염돼 폐렴이 생긴 환자의 엑스레이를 GMAI가 계속 학습해야 한다는 의미다.

GMAI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할 때 환자의 의료정보 프라이버시 문제, 데이터셋 규모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이들은 "GMAI의 임상적 활용을 늘리기 위해선 AI 전문가와 임상 의사들이 사전에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GMAI는 궁극적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30일 17시 35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