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성공적 데뷔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불러올 파장에 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같은 우려가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사적으로 신기술 하나만으로 사회가 변혁기를 맞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英 이코노미스트 분석…"생성형 AI發 일자리 소멸론은 과장됐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현지시간) “오픈AI사가 작년 11월 첫선을 보인 챗GPT로 인해 생성형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지만, 특정 기업의 기술 독점과 노동시장 붕괴, 생산성 폭증 등 갖가지 예측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향후 10년 동안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7%(약 7조달러)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기술 관련 자선단체 오픈필란트로피는 “생성형 AI 덕분에 이번 세기 중에 ‘폭발적 성장(세계 생산량이 연간 30% 이상 증가하는 경우)’이 일어날 가능성이 10% 이상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융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 같은 기대는 과도하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판단이다. 우선 지난 1년간 AI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MSCI 월드지수의 상승률을 한참 밑돌았다. GDP 증가율과 실질금리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추적하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은 “생성형 AI가 모든 사람에게 부의 증대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대로라면 저축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작년 11월 챗GPT 출시 후 장기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30~50년은 생성형 AI로 인한 성장 가속화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신기술 혁신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700년대 후반 산업혁명을 일으킨 주요 요인으로 방적기 발명을 꼽는 일반의 통념과 달리 석탄 사용량 증가, 재산권 강화, 과학적 사고방식의 출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경제 지형을 변혁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생성형 AI가 야기할 변화에 대해 △과점 기업의 지배 △노동시장 △생산성 측면에서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생성형 AI 제품이 비슷한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시장에서 초격차 제품이 등장할 가능성은 없다”며 “항공, 검색 엔진 분야처럼 생성형 AI 분야도 소수 대기업의 경쟁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 정부 규제와 노동조합을 꼽았다. 교육, 의료 등 국가의 개입이 많은 분야일수록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린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는 “고용 안정 혹은 극대화에 방점을 두는 정부는 신기술로 인한 효율성 향상을 억제하려 하고, 기성 노조의 입김 역시 대규모 해고의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생성형 AI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착수한 것도 이 같은 흐름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관점이다.

생성형 AI가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는 속도가 더딜 것이란 진단도 내놨다. 건설업, 농업 등 주요국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블루칼라 직군 등은 생성형 AI 같은 신기술 도입이 별다른 생산성 증대화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접객업, 의료 등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업종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19세기 미국 경제 발전에 철도가 그다지 결정적 역할을 하진 않았다는 로버트 포겔 전 시카고대 교수의 연구처럼 생성형 AI도 지금의 경제 지형도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