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은 고작 '투기 금지' 현수막 한장 내걸어
불법 산업폐기물 투기에 '몸살' 앓는 금산 주민
충남 금산군 주민들이 수년째 불법으로 버려진 산업폐기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군청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산군 군북면 주민 A씨(48) 씨에 따르면 이달 초 마을 어귀를 지나는 고속도로 교량 밑 도롯가를 지나다 누군가 버려놓고 간 다량의 쓰레기를 발견했다.

쓰레기 더미 속 마대와 비료 포대 안에는 갖가지 산업폐기물이 가득했고, 사무용 책상, 플라스틱 박스, 깨진 유리, 부탄가스에 고라니 사체까지 널브러져 역한 냄새를 풍겼다.

폐쇄회로(CC)TV가 없는 데다 눈에 띄지 않는 다리 밑 천변 인근이어서 쓰레기 투기가 빈번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A씨는 "전날 보이지 않았던 쓰레기가 15t 덤프트럭 1대 용량을 족히 넘길 분량으로 쌓여 있었다"면서 "농사 물품, 건자재, 고장 난 장비들인 걸로 봐서 인근 공장이나 창고에서 몰래 버리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주민 B(64)씨는 "혼자서 아무리 치워보려 해도 매년 폐기물이 늘어나 힘에 부친다"며 "대부분이 방치되다 강물에 휩쓸려가 환경에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A씨는 주민들을 대표해 지난 13일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군청에 신고했다.

또 단속하기가 어렵다면 주민감시단을 꾸려 운영하거나 CCTV 모형만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건의했다.

불법 산업폐기물 투기에 '몸살' 앓는 금산 주민
그러나 A씨가 군청 관계부서로부터 받은 답변은 "현장 확인 후 '투기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1장을 게재했다"가 전부였다.

A씨는 "군청에서는 수거 담당자가 병가 중이라 쓰레기를 치워줄 수 없다며 별도 단속은 어렵다고만 응대했다"며 "현장을 보고도 소극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청은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신고 15일 만인 지난 28일 "쓰레기 더미를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해당 쓰레기가 배출 요건을 갖추지 못해 환경미화원도 수거를 안 한 것 같다"며 "군 계약업체를 통해 쓰레기를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