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바비인형. 사진=마텔 캡처
다운증후군 바비인형. 사진=마텔 캡처
짧은 체격, 둥근 얼굴, 납작한 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바비인형과 너무나도 다른 이 인형 역시 바비다.

미국 최대 완구업체 마텔이 지난 25일 다운증후군 바비인형을 출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마텔은 기존 바비가 실제 여성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대응하고 제품군을 다양화하기 위해 다운증후군 바비인형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완구업계에서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마텔의 목표는 모든 어린이가 바비인형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또한 자신과 닮지 않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마텔 바비 인형 글로벌 책임자인 리사 맥나이트는 “다운증후군 바비인형이 아이들에게 이해를 가르치고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해 더 수용적인 세상으로 이끄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텔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미국 국립다운증후군협회(NDSS)와 긴밀히 협력했다. 짧은 체격, 둥근 얼굴, 작은 귀, 납작한 콧대, 아몬드 모양의 눈 등 유전 질환을 가진 여성의 특징을 반영했다. 퍼프 소매 드레스는 다운증후군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파란색을 활용했다. 또한 분홍색 펜던트 목걸이에는 21번 염색체가 3개인 다운증후군을 표현했다. 일부 다운증후군 아동은 발과 발목을 지탱하기 위해 보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상과 어울리는 분홍색 발목 보조기를 착용했다.

NDSS 사장이자 CEO인 캔디 피카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수 있게 된 우리 사회에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는 표현의 힘을 결코 과소평가하면 안되고 이것은 포용을 위한 큰 진전이며 우리가 축하해야 할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운증후군 모델인 엘리 골드스타인은 이 인형을 보고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을 중요하며 사람들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더 많이 존재하고 숨겨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텔은 최근에는 보청기, 의족, 휠체어를 장착한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1959년에 출시된 오리지널 바비 인형은 긴 다리와 잘록한 허리, 풍성한 금발 머리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기존 바비가 실제 여성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남호주대학교 연구진들은 여성이 바비 인형과 같은 체형을 가질 확률이 10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운동가들은 바비가 보다 현실적인 신체 이미지를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 장애인들은 바비 앤형에 공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2016년 마텔은 다양한 인종을 반영하는 다양한 피부 톤의 '커비 바비' '톨 바비' '쁘띠 바비'를 출시하기도 했다.

다른 장난감 회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모델을 더욱더 포용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6년 영국에서는 77만명 장애 아동을 대표하는 인형을 만들자는 취지로 ‘날 닮은 인형을 만들어주세요(#ToyLikeMe)’ 캠페인이 시작됐고, 이에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가 비니 를 쓴 휠체어를 탄 장애 아동 미니 피규어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그 전까지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는 노인이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