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업들의 공급망 관리 방식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전후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는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도요타의 ‘저스트 인 타임’ 방식을 추구했던 데 비해 코로나19 이후에는 비용이 들더라도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공급량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급 업체를 다각화하고 니어쇼어링을 추구하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무역 시대를 맞아 공급망이 재편되는 방식’을 소개했다.

WSJ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한 공급망 관리 방식으로 저스트 인 타임 전략을 들었다. 닛산 자동차부터 펩시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조기업이 부품 및 원자재난에 시달리면서 완충 재고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재고량을 최소화하는 고효율 전략이 비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예기치 못한 공급 부족 사태를 대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인 커니의 파트너이자 글로벌 분석 실무 리더인 패트릭 반 덴 보시는 “(과거엔) 모든 것이 최고의 재무 효과를 얻도록 설계됐지만 이젠 (재고에) 여유(redendancy)를 갖춘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양한 공급 업체와 거래함으로써 더 많은 안전 재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중국의 일부 생산시설을 인도로 옮기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장난감 제조사 마텔도 지난해 멕시코 제조공장 증설을 위한 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니어쇼어링 전략도 부상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프리미엄 가드는 미·중 관계 악화 등에 대한 우려로 2020년부터 멕시코에서 일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경쟁사들이 중국 등 아시아로부터 미국으로 제품을 제때 보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때도 프리미엄 가드는 주요 부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었다.

WSJ는 이 밖에 세계에서 확산하고 있는 탄소 배출량 규제도 기업의 공급망 다각화 전략 변수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가브리엘슨은 “지속 가능성은 복잡성을 더하고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