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가 무주택자들의 주택 매수 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기자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가 무주택자들의 주택 매수 시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성현 기자
"많은 전문가가 무주택자들은 언제든 집을 사도 괜찮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2020년, 2021년 이 말만 믿고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집을 산 실수요자들 어떻습니까. 지금 고통받고 있습니다. 무주택자도 집을 살 때가 있단 얘기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앱(응용프로그램) '리치고'를 운영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사진)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리치고 카페'에서 최근 <한경닷컴>과 만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은 언제나 옳은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기원 대표는 "주식 격언 중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말이 있다"면서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현재 집값이 머리 꼭대기인지, 이마인지, 눈썹인지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무릎인지, 허리인지, 어깨인지 큰 틀에서는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전문가는 무주택자들에게 '일단 내 집 마련하라'고 조언하는데, 시기나 가격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한다"며 "'집'이란 것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금액이 들어가는 쇼핑 중 하나인데 어떻게 아무 때나 살 수 있겠나. 시기를 잘 가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데이터를 종합하면 집을 언제 사야 하는지 윤곽이 드러난다"며 "미국 기준금리, 국내 기준금리, 경기 상황 등 외부요인은 물론 매매 가격, 전셋값, 정부 정책, 거래량 등 내부요인까지 약 20가지에 달하는 체크 리스트로 언제 매수를 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일부 지역 집값 반등에 '바닥론' 고개…"'찐 바닥' 한참 멀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집값이 상승 반전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특히 서울에서도 상급지로 꼽히는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반등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기원 대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찐 바닥'(진짜 바닥)은 턱도 없다"며 "급격한 하락 이후 소폭 반등하는 '데드캣바운스'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거래량이 너무 부진하다"며 "올해 2~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00건 중반인데, 2013~2015년 급락 이후 반등으로 전환하는 시점의 거래량은 7000건 이상이다. 과거에 비해 거래량이 한참 부족해 반등 추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무주택자라도 집을 살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변성현 기자.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무주택자라도 집을 살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변성현 기자.
이어 "정부가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 상품을 내놓는 등 온갖 부양책을 쏟아내는데도 거래량이 따라오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서 "바닥도 아닐뿐더러 대세 상승이 있기도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그는 "전세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며 "집값을 밀어올리려면 전세 시장이 살아나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집값이 고평가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며 "최소 20~30%는 더 하락해야 반등을 얘기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닥은 언제고, 집을 사야 할 시기는

그렇다면 진짜 바닥은 언제일까. 시장 상황을 말해주는 다양한 지표가 있지만 김기원 대표가 주목한 지표는 주택구매력지수(HAI)다. 주택구매력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대출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쉽게 말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도 무리가 없어야 집을 산단 얘기다.

김 대표는 "지난해 4분기 서울을 기준으로 주택구매력지수는 30.2를 가리키고 있다"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이 지수 평균은 49.3인데 이를 훨씬 웃돌고 있다. 또 이 지수가 가장 높았던 2015년 1분기 71.7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인데 그만큼 대출받아 이자를 내면서 집을 사기 어렵다는 것을 뜻"이라고 했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도 김 대표가 주의 깊게 보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이 역시 저평가지표로 연평균소득으로 평균 수준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주택구매력지수 / 자료=리치고 익스퍼트
주택구매력지수 / 자료=리치고 익스퍼트
그는 "이달 기준 서울 PIR은 23.8로 약 24년 동안 소득을 하나도 쓰지 않아야 집을 살 수 있단 뜻"이라면서 "집값이 최고점에 달했던 2021년 12월 27.1보다는 소폭 내려왔지만, 과거 이 지수가 가장 낮았던 2015년 1월(11.6)보다는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표들이 적어도 10개 중 7개가 안정돼야 집을 살 시기가 왔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주택자들은 섣불리 집을 사려고 덤벼들 시기가 아니다. 시장 지표를 눈여겨보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도 이제는 데이터를 근거로 삼고,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며 "개인이든 법인이든 인생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기원 대표는 한양대 수학과, 유타주립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에서 부동산 글로벌 프롭테크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18년과 2022년 서울시 부동산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데이터노우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2018년),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2021년),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2~2023 대전망>(2022년) 등 책을 펴냈다.
"무주택자, 일단 내 집 마련부터?…지금 사면 후회합니다" [이송렬의 우주인]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