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물밀듯 들어오는 이주민에…"전국 비상사태 선포"
이탈리아 정부가 11일(현지시간) 이주민 유입이 이례적으로 급증하자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 및 해양부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비상사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지속되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위해 500만 유로(약 72억원)의 재정이 초기 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 들어 아프리카 북부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상륙한 이주민들은 부쩍 늘어났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탈리아 해안에 상륙한 이주민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약 2만6천8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천400명이었다.

최근 사흘 동안에는 3천명 이상의 이주민이 물밀듯이 몰려들면서 이탈리아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는 지난 9일 하루에만 약 1천명의 이주민이 상륙했다.

현재 람페두사섬 이주민 센터 총체류자는 약 2천명으로 수용 정원(350명)을 훨씬 초과했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중동 이주민의 관문으로 통한다.

이처럼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갑자기 늘어난 원인으로는 첫째 날씨가 꼽힌다.

올해 초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바람도 잔잔해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는 데 이상적인 기상 조건이 조성됐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통상 리비아나 튀니지를 기항지로 삼고 낡은 보트에 의지해 위험한 항해에 나선다.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 중 약 58%가 튀니지에서 왔다. 리비아가 38%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는 비율이 리비아가 51%, 튀니지가 31%였다. 리비아가 최근 단속을 강화하자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이 튀니지로 더 몰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노골적인 이주민 혐오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주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커졌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이후 튀니지 주민들 사이에 이주민을 적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불법 선박을 타고 서둘러 유럽행을 감행하는 이주민들이 크게 늘었다.

무수메치 장관은 "유럽연합(EU)의 책임감 있는 개입 없이는 이주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EU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