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비해 공실률 1.8배↑…"민자협약에 따른 과도한 임대료 부담 커"
안양시 "임대료 산정 권한 없어…운영 민간업체에 인하 요청하겠다"

경기 안양시의 대표적인 상권으로 명성을 떨쳤던 '안양일번가 지하상가 쇼핑몰'(일번가 지하상가) 상인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존폐 위기에 처했다면서 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현장in] 안양 대표상권 '일번가 지하상가' 존폐위기…상인들 대책 호소
이들은 특히 임대료가 다른 도시의 유사한 지하상가와 비교해 과도하게 비싼데, 이는 안양시가 민자유치를 하면서 체결한 협약 때문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일번가 지하상가 상인회 관계자 50여명은 11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 도·시의원들과 함께 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보다 더 어려워 상인들은 버티기 힘들다"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상인회는 회견문을 통해 "지하상가의 현재 공실률은 31.4%에 달하는데 2018년 16.8%와 비교하면 5년간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라며 "이는 코로나19뿐 아니라 투자사에 유리하게 맺어진 시의 민자협약도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안양시는 2004년 10월 안양역쇼핑몰㈜와 민자협약을 맺었다.

안양역쇼핑몰이 일번가 지하상가를 리모델링해 2028년 4월 14일까지 운영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다.

기부채납 이전까지는 실시협약에 따라 임대료와 관리비를 연 1회 전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결정한다.

안양역쇼핑몰에 투자한 금융회사들이 임대료 인상률을 결정하면 안양시는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현재 일번가 지하상가의 점포 수는 408개로 파악되며, 민간 위탁 기간은 2029년 3월 28일까지로 연장됐다.

일번가 지하상가의 임대료 인상률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0.46%에서 2020년 1.06%, 2021년 1.13%, 2022년 3.66%, 올해 4.82%로 해마다 높아졌다.

입점 상인들은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가 고물가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자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은 임대료가 다른 도시의 지하상가와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높다며 안양시가 재협상을 통해 임대료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현장in] 안양 대표상권 '일번가 지하상가' 존폐위기…상인들 대책 호소
상인회는 "2020년 코로나19 감면정책이 적용된 서울 25개 지하 점포의 평균 관리비는 면적당 7만7천원, 특히 가장 비싼 잠실역 지하광장이 16만9천원이지만 일번가 지하상가는 21만2천원이었다"며 "우리 상인들은 전국 상위권 수준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고 있다"고 밝혔다.

상인회는 불공정한 임대료·관리비 문제 조속한 해결, 안양시가 지하상가 인수, 공실과 지하상가 활성화 대책 마련, 지하상가 공용공간에 대한 공공요금 분담 등을 시에 촉구했다.

강득구 의원도 "안양역 지하상가의 상권이 무너지는 것은 만안구 상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면서 "더 늦기 전에 안양시가 지하상가를 민간투자 회사로부터 인수하는 것까지 광범위하게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in] 안양 대표상권 '일번가 지하상가' 존폐위기…상인들 대책 호소
안양시는 그러나 임대료가 민간투자사와 협약을 근거로 산정됨에 따라 시가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매년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지하상가를 지원하고 있어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임대료를 결정하는 것이 민간투자 협약에 근거하고 있는데, 협약이 잘못됐거나 하자가 없어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면서 "시로서는 귀책 사유가 안 되려면 승인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상인들의 고통을 고려해 임대료를 낮출 수 있도록 운영업체에 지속해서 요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시는 일번가 지하상가 상인들을 위해 공용공간 통로 전기요금,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 전기요금,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 화장실 상·하수도 요금으로 매년 1억4천만~1억7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