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외교 일환으로 지뢰제거 기여금 2배 늘려…자문이사회 의장국 수행
분쟁국 지뢰제거 지원 강화한 한국…슬로베니아 대통령 '환대'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지뢰 제거 및 피해자 지원을 하는 자국 내 국제비영리기구인 인간안보증진 국제신탁기금(ITF)을 지원해준 우리나라 등 공여국에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5일(현지시간)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라냐의 대통령궁에서 ITF 설립 2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작년 11월 슬로베니아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자리다.

4월 4일은 유엔이 지정한 '국제 지뢰 인식과 제거 활동 지원의 날'이기도 해 행사에 의미를 더했다.

슬로베니아 정부 관계자와 각국 주재 대사, ITF 관계자 등 100여명이 나온 가운데 주목을 받은 참석자는 한국을 대표한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사였다.

슬로베니아를 겸임국으로 둔 함 대사는 올해 ITF 자문이사회 의장국으로 한국이 선정된 뒤 첫 회의를 주재한 의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이 지뢰제거 지원 활동을 강화한 사실은 ITF와 슬로베니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전년 대비 2배 늘린 39만1천 달러(5억1천400여만원)의 기여금을 ITF에 냈다.

누적 기여금은 220만 달러(28억9천여만원)에 이른다.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등 보편 가치에 기반한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영향을 받는 국가'에서 '영향을 주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자는 현 정부의 '가치 외교' 일환으로 평가된다.

이날 행사에서 함 대사는 자문이사회 의장으로서 연설을 했다.

그는 ITF 발전에 기여해 온 한국 정부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겪은 나라로서 재건을 가속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설은 현지 신문 슬로베니아 타임스에도 소개됐다.

피르츠 무사르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공여국에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도 인도적 노력을 지속하자고 제안했다.

ITF가 리비아와 이라크, 우크라이나 등 세계 분쟁지역 곳곳에서 34만7천개의 지뢰를 없애고 1억9천100만㎡의 땅을 지뢰 없는 지대로 만들었다는 성과도 소개했다.

특히 피르츠 무사르 대통령은 기념행사 내내 함 대사와 행사장 앞줄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행사장 내 지뢰 제거 활동 사진전을 둘러볼 때도 함 대사와 함께 걸었다.

당초 30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행사는 1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고, 피르츠 무사르 대통령은 행사 막바지까지 함 대사와 함께 행사장을 지켰다.

주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슬로베니아는 ITF 관련 업무를 다자외교 무대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두고 있다"면서 "가치 외교를 펴는 우리나라의 선의가 슬로베니아에 잘 전해져 이번 기념행사에 녹아든 것 같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