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예비 청약자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분양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서울 분양 단지에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 당첨 가점 등이 올라가고 있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추첨제 물량 확대, 중도금 제한 폐지 등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덕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가격, 입지 등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리는 만큼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일 1순위 청약받은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몰리면서 평균 51.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39~84㎡를 대상으로 청약받았는데 전용 84㎡A는 12가구 모집에 2639명이 청약 통장을 던져 경쟁률이 219.92대 1까지 올랐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기관 추천분 제외)에선 301가구 모집에 5495명이 몰려 평균 18.25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틀간 2만명이 넘는 예비 청약자가 이 단지에 청약을 한 것이다.

규제가 완화한 후, 청약을 받은 서울 아파트들은 대부분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청약한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98가구를 뽑는 1순위 청약에 1만9478명이 몰려 평균 198.75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특공(71가구, 기관 추천분 제외)에서도 4961명이 몰려 69.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찬가지 지난달 청약한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1순위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1.4대 1이 나왔다. 특공(195가구, 기관 추천분 제외)에도 1181명이 몰려 6.05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모델하우스 내 설치돼 있는 모형을 살펴보는 예비 청약자. 사진=뉴스1
모델하우스 내 설치돼 있는 모형을 살펴보는 예비 청약자. 사진=뉴스1
올해 서울에서 공급된 단지들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57대 1로 지난해 전체 10.9대 1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아직은 1분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상황 자체는 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첨 가점도 상승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서울 당첨 가점 평균은 53점이었는데 올해는 63점으로 10점 상승했다. 63점은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점수 69점에서 6점 모자란 점수다. 최저 당첨 가점 평균도 48점에서 60점으로, 최고 당첨 가점 평균도 61점에서 78점으로 상승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최고 당첨 가점이 75점까지 나오기도 했다.

서울 분양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정부가 내놓은 1·3 부동산 완화 대책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먼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 서울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이후부터 서울 분양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을 낸 후 최종 잔금을 치르기 전 중간에 내는 돈인 중도금 상한 기준(12억원)도 없앴다. 5억원으로 상한이 있었던 인당 중도금 대출 보증 한도도 함께 폐지됐다. 예비 청약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나은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추첨제 비율도 크게 늘었다. 기존 가점 100%였던 전용 60㎡ 이하는 가점 40%에 추첨 60%로 바뀌었다. 전용 60~85㎡는 가점 70%, 추첨 30%가 됐다. 이달부터는 수도권 최대 10년이었던 전매 제한 기간이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장 4년까지 적용하던 것을 규제지역엔 1년, 광역시는 6개월로 줄었다. 이 밖의 지역은 전매제한을 없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리가 높고 시장 상황이 부진하기 때문에 입지, 브랜드, 가격 등에 따라 적절한 취사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예비 청약자들이 철저하게 조건을 따지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가격이 청약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만큼 분양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단지의 경우 서울임에도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것을 보면 무턱대고 청약에 나설 게 아니라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약시장은 서울과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 나뉘어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진행한 12개 단지 중 7곳은 경쟁률이 1대 1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거제시 '거제한내시온숲속의아침뷰'는 경쟁률이 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