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계정이 보험사 유동성 리스크 관리 수단 될 수 있어"
지난해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보험업계는 유동성 리스크에 직면했다. 국채를 던지고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올해도 불안정성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금융안정계정이 보험사들의 유동성 관리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30일 펴낸 ‘보험산업 유동성리스크 관리: 2022년의 경험과 과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험사들의 자금 부족 문제는 작년 하반기 시작됐다. 생명보험사들이 2012년 ‘절판 마케팅’을 통해 대거 판매한 저축성 보험 만기가 일시에 도래하면서 현금흐름 유출은 예견된 상황이었다. 여기에 금리 급등과 신계약 성장 둔화, ‘퇴직연금발(發) 머니무브’ 등이 겹치며 고객한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급증해 유동성 리스크가 한층 커졌다.

보험사들은 지난 10년간 국채 투자를 늘리면서 고유동성 장기투자 중심 자산 포트폴리오와 단기 현금흐름 유출 사이 불일치를 신계약 판매 등 보험영업 현금흐름으로 보전해 왔는데, 작년에 이러한 구조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에 장기국채 매도, RP 거래,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시도했다. 하지만 각 수단 모두 한계가 있었다.

먼저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져 국채 매도시 상당한 평가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보험사의 ‘채권 던지기’는 다시 국채 시장의 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또한 RP 매도나 당좌차월 대상이 주로 국채에 제한돼 보험사가 비상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데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보험연구원은 “2022년의 경험은 지급여력이 충분한 보험사라도 자산 또는 부채에서 동시에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비상시 보험사가 은행 등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중앙은행 차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조절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이나 공개시장운영에 참여하는 금융사에만 공급하는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올해 보험사의 자본성증권(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규모는 4조원으로 예상된다. 최근 ‘흥국생명 사태’와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으로 차환 발행 여건이 나빠지고 그에 따른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점은 올해 유동성 리스크 확대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금보험기금 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게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보험연구원 진단이다.

금융안정계정이란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유동성 및 자금확충 자금을 지원하는 계정을 뜻한다. 금융안정계정의 자금지원 유형으로는 채무보증과 대출, 우선주 매입 등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자금지원 형태에 RP 거래와 자본성증권 매매를 포함할 수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