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유럽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까지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작은 불씨 하나가 언제 어디서 금융위기를 불러올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불똥이 튀기 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CS 위기설은 그제 은행 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이 추가 지원 거부 의사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헤지펀드 투자 실패로 경영난을 겪는 CS가 추가 손실 가능성을 언급한 데다 대주주까지 ‘손절’을 암시하자 채무 불이행 위험도를 나타내는 CDS스프레드가 하루 새 1000bp 수직 상승하고 주가는 25%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CS 쇼크’로 주요 금융회사 주가가 동반 폭락하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국채와 금값이 폭등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

CS 위기설의 파장이 큰 것은 그 위상 때문이다. CS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세계 금융시스템 안정에 중요하다고 선정한 40대 은행에 속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가 5313억스위스프랑(약 750조원)이고, 장외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14조5000억스위스프랑(약 2경445조원·2021년 말 기준)에 달한다. SVB 등 3개 미국 은행의 파산은 미 금융당국 개입으로 봉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CS 파산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CS 위기설은 한국에 큰 부담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117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과 턱까지 차오른 가계 부채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CS 파산과 이로 인한 글로벌 머니 무브가 현실화했을 때 어떤 재앙적 결과로 이어질지 상상하기 힘들다. 정부는 미국처럼 금융사별 CS 노출도 전수조사뿐 아니라 자본 확충 지도 등 필요한 모든 선제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정도의 태세로는 한가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