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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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대한유화를 몰라요. 하지만 업계에선 손에 꼽는 '신의 직장'이죠."

대한유화는 정유·화학업체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직장으로 통한다. 이 회사는 2015~2021년에 7년 연속 평균연봉 1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어선 곳은 삼성전자와 SK텔레콤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정은 딴판이다. 8년 만에 억대 연봉 신화가 깨졌다. 나빠진 실적에 올해도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유화의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은 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1억1200만원)에 비해 12.5%(1400만원) 떨어졌다. 이 회사는 2015년(1억700만원)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숨은 '신의 직장'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기간(2015~2017년) 평균 연봉 ‘1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비금융 상장사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뿐이다.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길다. 대한유화의 작년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으로 10~14년 수준인 경쟁 화학업체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회사 직원들이 느끼는 체감 연봉은 더 크게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물가상승률(5.1%)이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성과급도 8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이 회사 연봉이 깎인 것은 나빠진 시황과 실적 탓이다.
"8년 만에 '억대 연봉' 신화 깨졌다"…흔들리는 '신의 직장'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대한유화는 1970년 6월 출범한 석유화학업체로 52년 동안 울산 온산공장에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운영 중이다. 한눈을 팔지 않고 NCC 사업에만 전념했다. 나프타 등 화학제품 가격이 치솟으면 실적이 고공행진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시황이 꺾이면 다른 보완사업이 없는 만큼 실적이 크게 악화된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영업손실 2146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둡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918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빠진 경기로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화학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도 하락한 결과다.

실적 불안감이 크지만, 주가는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9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10만15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반등하면서 지난 10일에 16만23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자산비율(PBR)이 0.58배로 아직은 저평가 구간이라는 분석과 함께 내년 시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