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멕시코의 기준 금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미국의 인접국으로서 누리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투자 유치 기회 등이 페소화의 몸값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멕시코 페소화가 올해 주요국 통화 가운데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달러당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8.5% 상승해 최근 달러당 18페소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는 7.1% 하락하고 브라질 헤알화는 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멕시코와 미국의 기준 금리 격차가 연 3.75%에서 최근 연 6.25%로 더욱 벌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미 중앙은행(Fed)보다 9개월 앞선 2021년 6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최근까지 14차례 연속 긴축 페달을 밟은 결과 멕시코의 기준 금리는 연 4%에서 현재 연 11%까지 오른 상태다.

이에 신흥 시장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달러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를 위해 페소화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멕시코의 추가 금리 인상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점을 찍고 두달간 하락했던 물가상승률이 작년 12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로드리게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라는 점도 페소화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페소화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국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독일 BMW(8억유로), 미국 테슬라(50억달러) 등 글로벌 제조사들이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353억달러로 치솟아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