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대 연구 "일하는 엄마 임금, 아빠의 69% 수준…'모성 페널티'"
"영국 고학력 워킹맘, 남성과 임금 차 40년새 더 커졌다"
영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일하는 '엄마'와 '아빠' 간 임금 격차가 1970년대 후반보다도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켄트대 경제학 선임강사인 어맨다 고슬링 박사는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모성 페널티(불이익)'가 지난 40년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커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에서 전반적인 남녀 임금 격차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드는 추세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잔업을 제외한 시간당 중위 총수입에서 남녀 간 차이는 2022년 정규직 기준 8.3%로, 1998년 17.4%와 비교하면 훨씬 작다.

그러나 고슬링 박사는 고학력 엄마와 아빠의 임금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지난 40여년간 오히려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가 영국 통계청의 가정지출조사(1978∼1999)와 가정재원조사(2000∼2021)의 세부 내용을 분석한 결과, 1978년 조사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자녀가 있는 23∼59세 여성의 시급은 같은 조건에 있는 남성의 72%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9년 이 비율은 69%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고등교육을 받은 엄마는 아빠보다 오히려 많다.

1978년 자녀가 있는 남성의 10%, 여성의 9%가 고등학교 이후 추가 교육을 받았는데, 2019년 이 비율은 남성 45%, 여성 48%로 늘었다.

일하는 엄마들이 교육 수준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도 아빠들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올라가지 못하고 커리어가 정체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 엄마와 아빠 사이의 임금 격차는 크게 줄었다.

1978년 자녀가 있는 여성의 임금은 자녀를 둔 남성 임금의 57% 수준이었는데, 2019년에는 70%까지 높아졌다.

고슬링 박사는 남녀 임금 차가 줄어든 것은 사회가 진보했기 때문이 아니라 주로 최저임금이나 저학력 남성 임금 하락 등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가 교육을 받은 엄마들 일부가 겪는 커리어 장벽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며 "엄마와 아빠들의 임금 격차는 1970년대 후반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X세대의 이야기가 베이비붐 세대나 밀레니얼 세대와 똑같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성평등 정책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 '여성의 예산 그룹'의 세라 로넌은 이번 연구를 "우리 경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에 대한 고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십년간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밀려나면서도 '참고 버티라'는 말을 들어 왔다"며 "육아 비용과 열악한 육아 휴가, 육아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은 여성들을 집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가둬두는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